[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지난 1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파견나온 홍남기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이 보이질 않았다. 인수위원들도 업무보고를 진행하는 공무원들도 의아해했다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이달 초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파견 나온 그는 이틀 전 빙부상을 당했다. 장지가 충남 부여였던 만큼 이날 조용히 장지에 다녀온 것이다. 홍 국장이 빙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재정부 직원들도 몰랐다고 한다. 통상 가족상을 당하게 되면 재정부 내부 인트라넷에 공지되고 부음 기사로도 알려진다. 홍 국장은 그러나 부음 공지를 마다했다고 한다. 한창 바쁜 인수위 업무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홍 국장은 결국 가족 중심으로 조촐하게 상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엊그제 재정부 내부 인트라넷망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홍 국장이 자신의 소식을 어떻게 알고 성의를 표시해 온 동료 직원들에게 인트라넷을 통해 감사의 메일을 보냈기 때문이다. 직원들 대부분은 그제서야 홍 국장이 상을 당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홍 국장은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행시 29회로 관가에 입문했다. 예산처를 시작으로 복권위원회와 대변인 등을 거쳤으며 현재 정책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인수위에는 은성수 국제금융국장, 이억원 과장과 함께 재정부에서 파견나온 3명의 ‘대표선수’중 한명이다.
나랏일을 돌보다 가족의 임종을 놓친 공무원들의 사례는 종종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한다. 임종룡 총리실장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하던 지난 2010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하느라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그의 선공후사(先公後私)는 당시 관가에 두고두고 회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