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신라호텔이 부리고, 돈은···?`

  • 등록 2011-08-02 오전 10:35:46

    수정 2011-08-02 오후 3:24:02

[이데일리 안준형 기자] "재주는 곰(신라호텔 면세점)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인천공항공사)이 챙긴다더니···"   호텔신라(008770)는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서만 매출 1조2000억원을 거뒀다. 전체 매출의 80%가 넘는 수준으로, 호텔신라를 면세점이 먹여 살리는 구조다.

하지만 면세점에서 얻는 수익 대부분은 임대료로 빠져나간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에 지급하는 임대료가 무려 연간 2000억원이 넘는다. 이 돈은 정부가 지분 100%를 가진 인천공항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를 두고 곰과 왕서방에 비유했다.  

◇ 5년간 임대료 1조.. `협상도 가능?`

박 연구원은 "호텔신라 2분기 실적은 어닝쇼크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호텔신라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9.9% 줄어든 124억원.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난 이유는 올해는 임대료 인하가 없었다는 것. 

호텔신라가 2008년부터 5년간 인천공항 면세점에 내는 임대료는 총 1조원이다. 현재 인천공항의 신라면세점 규모는 6975m²(2110평)으로 1평당 매달 948만원을 내는 셈이다.

2007년 인천공항으로부터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호텔신라는 2008년(980억원) 2009년(2000억원) 2010년(2200억원) 2011~2012년(각 2400억원) 매년 차등 임대료 계약을 맺었다. 영업 개월 수가 1년 미만이었던 2008년을 제외하곤 점점 공항 이용객 수가 늘어난다는 전제하에 임대료가 책정됐다.

2008년에는 예외 사항이 생겼다.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면세점 이용객 수가 줄어들면서 인천공항은 2009년과 2010년의 임대료를 10% 할인해줬다. 올해부터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임대료 인하가 없어졌다는 것. 호텔신라 관계자는 "올해는 임대료 할인이 없어져 2분기에 현금 100억원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는 내년에도 임대료 할인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호텔신라의 이익모멘텀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인천공항은 얼마나 벌까?

인천공항은 곰의 재주 값으로 얼마나 벌까? 지난해 인천공항 매출은 1조2860억원, 영업이익은 5332억원이다. 이중  상업시설 및 건물의 임대료 매출은 73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은 롯데호텔과 신라호텔 두 곳이 운영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2000억원을 냈다. 비슷한 규모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호텔의 지난해 판매비와 관리비 계정 중 임차료 항목은 2100억원. 이 중 대부분은 인천공항에 지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공항 내에는 식당, 백화점, 편의점 등이 입점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는 비싸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년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사업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 이에따라 2013년 새 사업 선정을 앞두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입찰 경쟁에 뛰어들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 관련기사 ◀ ☞호텔신라, 2Q 어닝쇼크..`인천 면세점 영향`-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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