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투명성을 강화한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막고 시장의 정보탐색비용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이 컸다. 시장과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적은 비용으로도 큰 정책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중앙은행 총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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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을 중시하면서 발생하는 폐단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은행은 끊임없이 시장의 평가를 받는데, 여기에 일희일비하면 정책시계가 짧아지고 금리변경 시점을 놓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정치적 독립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금융시장으로부터 독립"이라며 "시장이 기대하는 정책을 그대로 허락하다보면 아주 어설픈 정책이 돼버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예상과 어긋나는 시장금리
중앙은행이 시장의 움직임에 경도되면 시장에 끌려다니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시장금리가 정책금리 인상이나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정책을 변경해선 안된다'는 논리가 그렇다.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충격을 줘선 안된다는 것이겠지만, 그 바탕에는 시장의 기대와 예측이 틀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제도 깔려있다.
가령 2년간 채권에 투자할 때 1년만기 채권을 산 뒤 1년 뒤 다시 1년만기 채권을 사는 것과 아예 처음부터 2년 만기 채권을 사는 것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처음부터 2년만기 채권을 산다고 할 땐 1년뒤 수익률이 정확히 얼마인지를 가정해야하는데, 이 가정이 맞는지 틀리는지 따져본 것이다.
분석 결과 현재 시장이 예상한 내재선도금리(예상치)와 시간이 지난 뒤 실제 채권수익률(실제치)이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장단기 금리간 기간프리미엄의 차이가 있긴 해도 예측치와 실제치의 불일치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
채권평가사 관계자는 "오늘 시점에서의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하는 1년뒤 금리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1년이 지나면 시장참여자들의 생각과 기대가 바뀌기 때문에 실제치와 예측치간 편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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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뒤쫓다 정책실패 우려
특히 지금처럼 정부가 금리정책을 자주 입에 올리면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돼 한은의 통화정책이 오락가락할 개연성이 더욱 커진다. 한은이 고민하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방송국(한은)은 하나인데 기지국(정부)이 목소리를 높이다보니 시장의 기대가 우리 의도와 다르게 형성되는 측면이 있다"며 "노이즈(잡음)가 반영된 시장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여하는지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존중하지만, 무조건 따를 때 빚어질 위험성도 무시해선 안된다"며 "지금처럼 금융시장 규모가 커진 상태에선 시장으로부터의 독립이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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