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고객카드를 기록하신 분은 65명 정도이지만, 제가 기억하는 손님은 그보다 훨씬 많다”며 “간혹 남편을 데리고 와서 저한테 맡겨 놓고는 혼자 쇼핑을 하는 여자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옷을 고르는 데 서툰 남성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서비스”라며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α’를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백화점들 ‘+α’ 서비스 확대
단순히 물건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백화점들은 유·무형의 활동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명품점에서 실시하던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퍼스널 쇼퍼란 고객이 쇼핑을 예약하면 의류·가방·신발·액세서리 등 고객 취향에 맞는 상품을 미리 골라 놓고 기다렸다가 손님이 오면 적합한 상품을 보여 주는 서비스. 손님들로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자신한테 맞는 옷을 쉽게 고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요즘은 일반 고객들도 파티나 상견례 등 ‘특별한 날’의 코디를 준비할 때 백화점에 사전 예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처럼 겨울철 두꺼운 외투를 맡아 주는 서비스도 전국 24개점에서 실시하고 있다. 외국인에게는 전화 통역인 ‘피커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신재호 이사는 “백화점은 고객이 최상, 최적의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퍼스널 쇼퍼를 확대하고 외투보관 서비스 등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든 고객을 VIP처럼…
모든 고객이 스스로를 VIP처럼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영업이 끝난 후 특정 고객들을 초청해 저녁식사와 간단한 음악회 등을 마친 뒤 남성 의류나 여성 잡화 매장에서 쇼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나이트 초대회’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이는 명품관 중심의 갤러리아나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현대백화점 등에서도 자리잡은 행사. 과거엔 주로 VIP를 위한 행사였으나 요즘은 일반 고객들로 확대되는 추세.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지난 3월부터 매월 두 차례씩 카드 회원 중 50명을 초청해 백화점 내 갤러리 감상, 코스요리 대접, 이벤트홀 문화 공연 감상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손님들의 구매액에 관계없이 한분 한분이 VIP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도 1년중 2~3회 VIP를 대상으로 매장 정상 영업시간이 끝난 후 ‘나이트 파티’를 열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일반 고객들도 늦은 시간까지 매장에서 쇼핑을 할 수 있게 했다.
◆다양한 이색 서비스와 이색 매장들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코엑스몰의 유동고객을 잡기 위해 지난 9월 말부터 코엑스몰 거리 안에 450평 규모의 별도 매장을 만들고, 영캐주얼 및 스포츠 의류를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대 목동점에선 지난 8월까지 매주 토요일 임산부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패션 화보집을 제작해 주기도 했다. 지난 9월부터는 가족과 어린이 노인들로 대상 고객을 확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화보 촬영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손님이 2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신규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과정에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달 2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본점 6층에 ‘챌린지숍’을 열고 있다.
백화점의 눈이 아닌 ‘고객의 눈’으로 제품을 보겠다는 것. 이곳에서 처음 선을 보인 브랜드들은 판매 실적과 고객 반응에 따라 이후 백화점 입점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