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현은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서 3-4로 뒤진 6회 2사 후 1번 왼쪽 타자 댄젤로 히메네스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면서 강판을 재촉했습니다. 볼카운트 투원서 82마일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히메네스의 왼쪽 다리를 맞추고만 것입니다. 김병현은 후속 우타자 로니 벨리어드에게 히트앤드런 때 우전 안타를 맞고 1, 3루에 몰리면서 교체됐습니다.
히메네스의 몸에 맞는 볼은 김병현이 좌타자에게 슬라이더를 구사할 때 어려움을 여지없이 보여 줬습니다. 왼쪽 타자가 배터 박스 앞쪽으로 바싹 붙어 서 있으면 몸에 맞는 볼이 되기 십상인 때문입니다.
김병현의 슬라이더는 '프리즈비(frisbee, 아이들의 놀이용 플라스틱 원반)'란 별명이 붙어 있을 만큼 전매특허입니다. 과거 샌디에이고의 한 타자가 "저런 공을 던지는 투수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푸념을 늘어놓았을 정도였습니다.
지난 8일 필라델피아전서도 그랬습니다. 1, 2번 왼쪽 타자들인 지미 롤린스와 체이스 어틀리가 타석 맨 앞쪽에 극단적으로 붙어서 타격을 했습니다. 몸에 맞는 볼로라도 나가겠다는 자세였습니다. 그러자 김병현은 이들에게 슬라이더를 던지기가 껄끄러웠고 바깥쪽 커브로 승부하다가 1안타씩을 얻어 맞았습니다.
김병현도 좌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의 이런 맹점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운 게 왼쪽 타자의 무릎 근처로 떨어지는 싱커였습니다. 한국과 메이저리그 데뷔 초창기까지만 해도 배울 필요가 없다고 했던 싱커를, 2001년 귀국해서 일본으로 건너가 유명 코치로부터 배웠습니다.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 집중 연마했지만 아직까지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던지는 빈도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김병현을 만났을 때 하나, 둘씩 배터 박스 앞쪽에 바짝 붙는 왼쪽 타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구위 저하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과거 93마일 전후로 형성됐던 패스트볼이 80마일 중후반대로 떨어지면서 그리 위협적이지 못한 탓입니다.
하지만 내년 시즌엔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프링캠프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김병현의 숙제가 일찌감치 떨어졌습니다.
▶ 관련기사 ◀
☞이병규 2타점 역전 결승타 쾅...이승엽 무안타
☞이승엽, 7경기 연속 안타 행진…巨人 6-5 신승
☞이승엽 4번 복귀전 ''상처 뿐인 영광''...1안타2볼넷,요미우리 3위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