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땅값은 오르겠지만 쾌적한 자연환경은 없어지는 것 아니에요.”
관악산 자락에 있는 과천시 갈현동 가일마을(24가구).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녹지보전을 택했다. 2년 전 가일마을이 그린벨트 해제대상이 됐다고 통보해오자 주민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과천시가 가일마을 인근 50여만평의 그린벨트를 해제, ‘지식정보타운’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 마을만이라도 보존하자는 의견이 점점 우세해졌다. 결국 다수 주민들이 산새 울고 텃밭 키우는 전원생활을 포기할 수 없다고 결정했고, 정부는 최근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마을 주민 허우성(51)씨는 “그린벨트가 풀리면 도라지·방울토마토를 키우는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이며 “쾌적한 환경이 개발이익보다는 훨씬 소중하다”고 말했다.
최근 그린벨트 내 20가구 이상 300가구 미만 중규모 집단취락지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마을들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취락지구로 남기를 희망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2일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경기도와 전남지역 20여개 마을에 대해서는 취락지구로 지정, 그린벨트를 보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리 법골마을(65가구), 별내면 광전리 삼밭골(20가구)과 인근의 용암리 거묵골(26가구) 및 아래말(21가구), 고양시 강매동 강고산 마을(20가구)과 대지골(22가구) 등도 주민들이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고 있다. 전남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담양군 고서면 분향리 용대마을(35가구)이 그린벨트 해제 대신 취락지구 지정을 추진 중이다.
건교부 최병수 도시관리과장은 “상당수 마을이 개발이익보다는 쾌적한 환경을 우선시해서 그린벨트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일부 마을은 토지가 대부분 외지인들에게 넘어가 그린벨트가 해제돼도 외지인들만 이익을 보고 주민들은 오히려 토지 임대료가 올라 농사를 짓기 어려워지는 등 땅 주인과 세입자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그린벨트 내 잔류를 희망해 취락지구로 지정되면 해제 때만큼은 아니지만 규제가 소폭 완화돼 거주기간에 관계없이 3층 이하, 300㎡(90.9평) 이하 범위 내에서 증·개축이 가능해지고 건폐율도 20% 이하에서 40% 이하로 상향조정된다. 건교부는 이들 지역에 대해 도로·공원 등 도시기반시설 정비사업에 대해 예산 지원도 해줄 방침이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서왕진 사무처장은 “개발을 통한 땅값 상승보다는 잘 보존된 녹지가 오히려 더 높은 재산가치를 보장해주는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