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라크 결의안`..국제정세 향방은

  • 등록 2003-02-25 오전 10:21:08

    수정 2003-02-25 오전 10:21:08

[edaily 정명수기자] 미국, 영국, 스페인이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한 2차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이 결의안은 "이라크가 평화적으로 무장해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최후 통첩을 내렸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쟁을 주장하는 세력과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전쟁에 반대하는 국가들간에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분열된 세계..조정 능력 상실한 유엔 미국이 2차 결의안을 내놓자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즉각 "무기 사찰단의 권한을 강화하고, 사찰 시한을 연장하자"는 내용의 메모랜덤(memorandum)을 안보리에 제출했다. 나토와 유럽연합(EU)이 이라크 전쟁을 놓고 파열음을 낸데이어 유엔에서도 강대국간에 `블럭`이 분명해진 것. 나토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의 전진기지로 생각하고 있는 터키가 공격받을 경우 방어 계획을 놓고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EU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미국의 전쟁 논리를 따르는 국가와 프랑스, 독일 등 전쟁에 반대하는 나라로 양분됐다. 분열된 세계를 하나로 묶어야할 유엔은 조정 기능을 상실한 채 전쟁의 명분을 제공하는 통과장치로 전락했다. ◇안보리..치열한 외교전 미국은 2차 결의안 통과를 위해 최상급 협상 전문가를 유엔에 파견했다. 미국은 이미 결의안 통과와 관계없이 이라크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으나 안보리는 전쟁의 정당성을 세우는데 있어 중요하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면 전쟁의 합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전쟁 비용도 분담시킬 수 있다. 전후 처리에 있어서도 국제 여론을 이용할 수 있다.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15개 안보리 이사국중 9개 나라의 찬성을 얻어야하며 5개 상임 이사국의 거부권도 피해야한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거부권만 아니라면 필요한 표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결의안에 찬성하는 나라는 불가리아밖에 없다. ◇캐스팅 보트..중국 안보리는 거부권을 갖고 있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과 임기제로 선출되는 10개 이사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2차 결의안을 다룰 10개 이사국은 독일(의장국), 기니, 멕시코, 파키스탄, 스페인, 시리아, 앙골라, 불가리아, 카메룬, 칠레 등이다. 2차 결의안을 제출한 미국 영국 스페인과 결의안에 찬성한 불가리아를 제외하면 나머지 11개국은 "무기 사찰 연장"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 임기제 이사국 중 몇 나라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거부권이 행사되면 소용이 없다. 프랑스와 러시아는 전쟁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찬성표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 영국과의 오랜 외교 관계를 생각할 때 거부권 행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행동을 제약하는 캐스팅 보트는 결국 중국이 가지고 있는 셈. 미국은 중국이 결의안에 찬성하지는 않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 의향을 밝혀준다면 프랑스와 러시아를 제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친타오 중국 총서기는 파월 장관과 면담후 이렇다할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중국은 이라크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외교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라크와 북한 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던 자세에서 벗어나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거부권 행사를 섣불리 결정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쟁 스케줄 유엔을 무대로한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전쟁 스케줄도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미국이 제출한 2차 결의안은 2주안에 안보리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날 전망이다. 미국은 결의안 통과의 시한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잭 스트로우 영국 외무장관은 "2주안에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3월7일에는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 사찰단장의 보고가 예정돼 있다. 한스 블릭스 단장은 보고에 앞서 이라크가 보유한 알사무드2 미사일의 폐기를 요구했다. 폐기 시한도 3월1일부터로 못박았다. 블릭스 단장은 "이라크가 무기 사찰에 아직도 협조적이지 않다"고 말해왔다. 이라크의 협조 의사를 미사일 폐기로 판단하려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1일까지 이라크가 미사일 폐기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주지 않을 경우, 블릭스 단장은 7일 이라크 무기 사찰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보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이 제출한 2차 결의안 표결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의 통과는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블릭스는 공을 후세인에 넘긴 셈이다. 한편 후세인은 2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사찰단이 폐기 명령을 내린 알사무드 미사일 가운데 성능이 가장 좋은 것조차 유엔 결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말해 미사일을 폐기하거나 폐기를 약속할 의도가 없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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