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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을 통과시키려는 민주당과 사활을 걸고 이를 막으려는 국민의힘이 정쟁을 일삼으면서 결국 내년도 예산안 법정 기한인 2일을 넘기게 됐다.
국민의힘이 정부의 원안을 올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려 궁지 탈피에만 골몰해 여당과 야당이 ‘주객전도’ 됐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민주당이 이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9일 본회의부터다. 이 방통위원장이 가짜뉴스 근절을 이유로 방송사에 보도 경위 자료를 요구하는 등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다.
국민의힘의 이를 막기 위해 꺼낸 카드는 바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철회’다. 앞서 국민의힘은 야당 주도로 추진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쟁점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일간의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달 9일 발의한 탄핵안을 철회하고 재발의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과 전날까지 이틀 연속 열린 본회의를 통해 재발의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려고 했다.
국민의힘이 두 번째 꺼낸 카드는 이 위원장의 ‘전격 사퇴’였다. 곧장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로 민주당이 재추진한 탄핵소추안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국민의힘은 방통위를 무력화하려던 민주당의 시도에 맞선 이 위원장이 내린 결단이라고 했지만, 이미 이 위원장의 사퇴는 당과의 교감이 있었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이미 (이 위원장이 사퇴한다는 것을) 당 지도부 중 몇 명만 알고 있었던 것은 맞다”고 밝혔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는 “밤샘 농성이 전략이라는 점, 하나의 ‘쇼’였다는 것도 인정한다”며 “그래도 국민에게 민주당의 탄핵 남발에 대한 부당함을 절절하게 호소하는 진정성 마저 부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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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회의’라고 불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 소위원회(소소위)에서 여야 간사 간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여전히 ‘감액 심사’에서 교착 상태라고 전해졌다.
야당 예결위 관계자는 “여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R&D 예산에 대해서도 증액을 하겠다고 했지만 어디에 얼마씩 하겠다는 구체적인 안 들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법정 기한이 지날 시,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정부가 낸 내년도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 되기 때문에 국민의힘 측에서 이를 노렸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여당은 정부안에 원하는 것을 담을 것이다. 야당이 증액 요구 사안이 많기에 불리한 것은 우리”라며 “굳이 꼽자면 여당은 해외 R&D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사수하려 했지만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가 무산되면서 이에 대한 감액도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여당은 ‘예산안의 키’를 쥐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당 예결위 관계자는 “이제는 정부·여당의 시간”이라며 “법정 시한이 지나면 여당은 급할 것이 없다. 법은 민주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어도 예산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