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소설]파월 연준 의장은 '언제' 노숙자촌을 방문할까?

8일(현지시간) 美국채 10년물 1.29%…인플레커녕 '둔화'에 초점
6월 FOMC '대여섯명' 테이퍼링 주장…"높은 인플레가 '근거'"
고용, 물가 논란 핵심이자 자연실업률 잘 모르는 연준의 '1순위'
불라드 등 매파 "근로자 돌아오지 않아 이미 완전 고용"
  • 등록 2021-07-09 오전 9:10:03

    수정 2021-07-09 오전 9:10:03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지난 4월 연방준비위원회(FOMC)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연준 주변의 노숙자들을 만났나’란 질문에 “더 이상 뉴스 기사가 되지 않을 때 방문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약 2개월이 지나 7월이 됐지만, 파월 의장이 연준 인근의 노숙자촌을 방문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습니다. 공개된 6월 FOMC 의사록을 보면 방문은 한참 뒤의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연준 내부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의견 충돌이 나타났고, 그 핵심에는 고용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숙자촌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 있단 얘깁니다.
(사진=AP통신/뉴시스)
연준의 ‘일시적 인플레’ 단일대오 깨져

마켓워치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29%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3월 말 1.78%까지 치솟았던 데 비해 약 50bp(1bp=0.01%)나 빠진 수준입니다. 금리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채권 숏커버링(재매수) 등 수급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지목되지만, 델타 변이 확산 등에 따른 경기 모멘텀 반등 둔화 우려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6월 ISM 서비스업 지수는 60.1%를 기록하면서 전월 64.0%와 예상치 63.5%를 모두 하회했다”며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5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고점을 형성한 이후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는 것인데, 투자자들 입장에선 모멘텀 둔화가 불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봄 뜨거웠던 인플레이션 논란은 채권시장만 보면 언제 그랬나 싶습니다. 그런데 연준 안에서의 인플레이션 논쟁은 더 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올 초 대부분의 위원은 의장인 파월의 ‘일시적 인플레이션’ 의견을 따랐지만, 6월 FOMC 회의록을 보면 거의 절반 가까이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돌아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현재 FOMC 참석자가 18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참석자가 이전 예상보다 이른 테이퍼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대한 근거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며 “대여섯 명(Several)은 인플레 상승을 우려하고 또 다른 대여섯명(several otehrs)은 인플레 하방 위험을 강조했는데, 이는 올 초 FOMC가 ‘일시적 인플레’란 의견에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것과는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미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변절’의 핵심은 고용 견해차란 분석

상당수의 FOMC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견해를 바꾼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가와 관련된 요인은 한 가지가 아닐뿐더러, 각각의 요인의 크기와 나타나는 시기는 다르지만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물가와 연관된 3대 축으로 △공급 측 단가 △노동자 임금 △주거 비용을 꼽았습니다.

그는 “지난 6월 ISM 제조업지수 내 가격지수가 92.1로 나와 제2차 오일쇼크 당시인 1979년 7월 93.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시간당 평균임금은 3개월째 시장 기대수준을 넘어선데다가, 미국 소비자물가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용(Shelter)에서 반등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물가의 3대 축 중 특히 고용 및 임금과 관련된 견해차가 일부 FOMC 위원들이 ‘변절’한 핵심 이유로 꼽습니다. 참고로 최근 고용 상황은 뜨뜻미지근하지만, 방향성 측면에서 올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조업에 비해 많은 노동자가 필요한 서비스업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6월 고용 지표를 보면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수는 85만명으로 예상치 70만명을 상회했지만, 실업률은 5.8%에서 5.9%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AIT, 긴축 조건 최종단계를 인플레서 고용으로 바꾸다

연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전으로 당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재임했던 시기, 연방기금금리를 정할 때 테일러 준칙을 사용했습니다. 인플레이션율과 총생산 갭을 고려한 공식입니다. 하지만 위기 이후 이 준칙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매우 높은 실업률과 매우 낮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공식에 이를 대입할 시 이자율이 0보다 낮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다음 바통을 넘겨받은 밴 버냉키 연준 의장은 테일러 준칙을 대신할 물가안정 목표제(IT:inflation tageting)를 도입합니다. 달성을 원하는 인플레이션율을 발표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을 펴는 이른바 양적 완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물가안정 목표제도 교체되는 시기가 옵니다. 바로 코로나19란 위기 이후입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10월 평균물가목표제(AIT)를 시행합니다.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2%를 넘어서도 평균적으로 2%를 넘지 않는다면 일정 기간 용인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같은 연준의 정책 변화는 위기 때마다 용인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한계선을 더 위로 긋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같은 변화는 고용과 실업률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실업률을 가지고 인플레이션을 예측할 수 있어서입니다. 경기가 일반적일 때 나타나는 실업률은 자연실업률(완전고용실업률)이라 부릅니다. 이는 경기 흐름과는 관계없이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실업률을 말합니다. 금융위기, 코로나19처럼 경기가 악화되면 경기적 실업 등이 나타나 실제 실업률은 자연실업률보다 커지게 됩니다. 경기가 완화되면 실제 실업률이 자연실업률과 일치하는 때가 오고 이때부터 의미 있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가정됩니다. 그러다 실제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을 밑돌게 될 수도 있는데, 이는 경기 과열, 과도한 인플레로 해석됩니다.

연준이 물가안정 목표제를 쓸 때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에 거의 가까워질 때를 보고 ‘아 이제 물가가 오르겠구나’라고 예상한 뒤 금리 인상 계획을 세웠습니다. 평균물가목표제는 다릅니다. 인플레이션이 2%에 한 번 도달하는 걸 지나 일정 기간 지속돼야만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은 자연실업률보다 낮아질 확률이 높습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구가하는 상황은 완전고용을 이미 달성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물가안정 목표제 때는 고용이 연준의 중간 목표고 인플레이션이 최종 목표였지만, 평균물가목표제에선 중간단계가 인플레이션이고 고용이 최종으로 바뀐 것입니다.
지난 6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진행된 코로나19 관련 청문회에 참석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선서를 하는 모습. (사진=AFP)
결국 파월 “노동자 돌아온다” vs 불라드 “안 돌아온다” 싸움

고용이 연준의 최종 목표가 된 건, 노숙자촌을 찾겠다는 파월의 마음이 따뜻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책 실패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2016년 연준은 경기가 회복되기도 전에 금리 인상 등 긴축 신호를 내보내 경제가 일어나기도 전에 주저앉혔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고용을 인플레의 단서로 보는 인플레 목표제를 사용할 때입니다. 연준이 당시 긴축 카드를 꺼낸 건 완전고용이란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일 텐데, 여기서 오판이 나옵니다. 자연실업률 자체가 잘못 측정된 탓입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준은 코로나19 이전 긴축 과정에서 자연실업률 자체를 잘못 파악했을 수 있는데, 나중에 조사를 해보니 생각보다 더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시 인구구조 변화로 히스패닉계 등 취업에 소외돼 있던 사람들이 노동시장으로 대거 들어오면서 노동 공급이 많았던 걸로, 사실상 완전고용실업률을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긴축으로 전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자연실업률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연준은 실업률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방식을 아예 버린 것입니다. 평균물가목표제는 ‘일단 인플레이션을 달성시켜 놓고 고용이 완전해졌는지를 판단하자’는 걸로 볼 수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인 노동 공급 측에 정반대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취업 단절 시간이 길어지자 아예 취업을 포기해버리고 집안일을 하겠다는 사람 등이 많아져 노동 공급이 줄어버린 것입니다.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여겨지던 자연실업률이 이번엔 생각보다 높아져 있을 수 있단 얘깁니다. 이 경우 이미 완전고용실업률을 달성했거나 밑돌 수도 있는데, 이러면 갑자기 인플레이션이 강하게 나타나 통제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일시적 인플레’를 주장하는 파월을 필두로 한 브레이너드, 윌리엄스, 매리 달리 등 위원은 ‘떠났던 노동자가 노동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인 불라드 카플란 등 인플레를 걱정하는 파들은 ‘노동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보고 이미 완전고용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파월이 틀려, 테이퍼링이나 금리 인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6월 FOMC에서 인플레이션 자체를 인정하면서 시장의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하반기로 가며 완전고용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고용 뉴스가 더 많이 나오면 파월이 노숙자촌에 가는 시점이 더 멀어질 확률이 큽니다. 상반기보다 더 큰 인플레 논쟁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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