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은 붓을 안 가린다지만… 골프 황제도 신발은 가린다

달아오른 ''꿈의 무대'' 마스터스, 또 다른 볼거리는 골프화 대결
우즈, 출시안된 제품 신어 왼발 접히는 문제 보완…
미켈슨은 스파이크 9개로 접지력 높인 골프화 선호
  • 등록 2010-04-06 오전 9:49:14

    수정 2010-04-06 오전 9:49:14

[조선일보 제공] 타이거 우즈(35·미국)가 예상보다 하루 이른 4일(현지시각)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꿈의 무대' 마스터스는 사실상 막을 올렸다. 1라운드 경기가 8일 시작하지만, 전 세계 골프팬은 올해 마스터스 대회를 골프황제의 귀환이란 관점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륜 스캔들' 이후 골프장에 처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우즈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사건 이후의 골프 기량과 내면세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분명한 것 중 하나는 그가 새로운 골프화를 신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천연 가죽으로 만든 '에어줌 TW 2010' (나이키)이라는 모델이었다.

라운딩 내내 골퍼의 스윙을 지탱해 주는 골프화는 클럽과 공, 의류에 비해 크게 조명을 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골프화는 다른 장비 못지않게 수백 개의 특허로 만들어진 첨단 공학의 산물이다. 그만큼 경기력을 돕는 기능이 숨어 있다. 올해 마스터스는 어떤 골프화에 의해 점령될까.

▲ 2010년 마스터스는 온통 타이거 우즈에 대한 호기심에 싸여 있다. 필드로 돌아온‘탕아’타이거 우즈를 팬들은 어떻게 맞이할까, 우즈는‘골프 황제’라는 명성에 걸맞은 예전의 골프 실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은 2004년 마스터스 연습라운드 도중 벙커 샷을 하는 우즈의 모습. /AP


■마스터스를 점령할 '꿈의 골프화'

우즈는 파워 넘치는 스윙을 할 때 왼쪽 발이 바깥쪽으로 접히는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가 이날 새로 신은 골프화는 우즈가 1년 전 개발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발의 측면 안정성(Lateral Stabilizer) 기술을 적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개성 강한 재미교포 골퍼 앤서니 김(25)은 가벼운 골프화를 선호한다. 이번 셸 휴스턴오픈에서 우승할 때도 '에어 줌 트로피'(나이키)라는 골프화를 신고 나왔다. 보통의 투어용 골프화보다 20g가량 가벼운 제품이라고 한다.

'왼손 황제' 필 미켈슨은 2010년 신모델인 'FT쉐브'(캘러웨이)라는 골프화를 선호한다. 지면과의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보통 골프화보다 스파이크를 2개 더 늘린 9개를 장착한 모델이다.

양용은과 짐 퓨릭, 레티프 구센 등이 신는 '투어 360 4.0'(아디다스) 모델은 스파이크 높이를 31.5% 낮추고 밑창을 얇게 한 골프화다. 발이 지면에 닿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접지력을 높였다는 제품이다.

PGA투어 선수의 60%가량이 사용하는 '풋조이'는 스윙 스피드와 발 모양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 장타자인 부바 왓슨은 임팩트 때 안정성에 역점을 둔 '시너지'를, 2007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재크 존슨은 편안한 '드라이 조이'를 신는다. 최경주와 아담 스콧 등은 바닥이 4중 구조로 된 'FJ 아이콘'을 즐겨 신는다.

■골프화가 비거리를 늘린다고?

골프화가 실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1992년 미국 MIT 공대 연구팀은 초보부터 골프 선수까지 각기 다른 수준의 골퍼 14명의 스윙을 분석해 '골프화가 골프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란 연구 논문을 내놓았다. 요지는 "수준급 골퍼일수록 체중 이동이 정확하게 이뤄지지만, 초보자는 그렇지 못하다. 골프화가 스윙과 체중 이동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골프화의 성능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선수는 2007년과 2008년 브리티시 오픈을 2연패 했던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었다. 그는 "내 스윙 스타일에 맞는 골프화로 바꿔 신은 뒤 평균 17.5야드의 비거리 증가 효과를 보았다"고 말해 골프팬과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과연 '첨단'을 주장하는 골프화가 주말골퍼들의 비거리를 어느 정도까지 늘려줄지 확인된 바 없으나, 요즘 골프화는 단순한 '패션' 수준은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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