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아라비아의 향기… 입도 눈도 즐거워

  • 등록 2007-06-08 오전 11:10:00

    수정 2007-06-08 오전 11:10:00

[조선일보 제공] 아시아 음식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베트남 쌀 국수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면서부터다.

이후 2000년에 태국·인도 레스토랑이 빠른 속도로 번져, 이들 음식을 취급하는 체인점도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두바이, 터키 등 중동 여행지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아랍 스타일의 레스토랑과 식문화가 빠르게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서울 JW메리어트호텔 양식당 ‘JW’s 그릴’은 오는 30일까지 두 달간 ‘아라비아로 떠나는 미각(味覺) 여행’을 진행 중이다. 양갈비 구이, 렌즈콩 요리 등 아랍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들을 선보인다.

서울 남산에 있는 그랜드하얏트호텔은 지난달 ‘테라스’에서 이집트, 레바논, 모로코 등 아랍 여러 나라 음식을 소개하는 ‘중동 음식 축제’를 열었다. 특급호텔에서는 자주 외국 음식 행사를 열지만, 특정 국가·지역 음식을 선보이는 행사가 두 호텔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JW메리어트호텔 김지은 실장은 “호텔 레스토랑은 국내 고객이 주 이용객이라, 외국인보다 한국인에 초점을 맞춰 프로모션(행사)을 준비한다”면서 “태국, 인도음식에 대한 관심에 이어 이제 국내 미식가들의 관심이 아랍으로 이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동지역 요리는 곡물로 만든 주식 개념의 쿠스쿠스, 통째로 구워낸 고기요리 케밥 등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것이 사실. 요리 자체보다는 ‘아랍 스타일’ 인테리어가 더 각광받고 있다.

▲ 매운 아랍 향신료로 감싼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다진 양고기를 넣은 아랍풍 양배추말이. /JW메리어트호텔 제공

‘아랍’은 요즘 식당가 인테리어에서 가장 새롭고 트렌디한 키워드. 서울 청담동 ‘마라케쉬’는 아프리카 북서부 모로코 음식과 프랑스 음식을 함께 내는 레스토랑. 모로코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인테리어 소품을 모두 모로코에서 들여왔다. 모로코풍 장식과 빨간색 베일이 드리워진 특별석은 보름 전 예약하지 않으면 앉지 못할 만큼 인기 높다.

경기도 분당의 와인바 ‘문양’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 쿠션에 몸을 편안히 기대고 와인을 마시도록 했다. 이집트나 터키 가정에 초대받아 사랑방에 앉은 기분이다. 서울 홍대 앞 카페 ‘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까지는’에 들어서면 직원이 신발을 주머니에 넣고 빈 테이블로 안내한다.

바닥에 앉아 허브차나 와인을 마신다. 직원에게 부탁하면 터키산 물담배를 가져다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라카즈바’는 아랍지역에서 금기시하는 술(와인)을 판매하지만, 벽에 걸린 이집트산 물담배 등 분위기만큼은 확실한 아랍풍이다. 아랍이 유행의 핵으로 부상한 건 국내에서 아랍에 대한 관심이 급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석유값 폭등으로 아랍지역 경제가 활황세를 띠고, 유명 호텔 등이 문을 열면서 한국 기업 및 관광객의 발길도 잦아졌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홍보대행사 ‘버슨 마스텔러’에 따르면, 2001년 두바이에 등록된 호텔에 묵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약 1만명에 불과했으나, 지난 해엔 3만2000여명으로 증가했다. 초호화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에서 머무는 두바이 여행상품은 화려한 허니문을 꿈꾸는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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