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2기 베어벡호’는 해외파 선수들을 총동원한 베스트 멤버로 꾸려지게 됐다. 핌 베어벡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다음달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7 아시안컵축구 예선 3차전인 이란전에 ‘올인’을 선언했다. 감독 데뷔전인 2007 아시안컵축구 예선 대만전을 승리로 이끈 베어벡 감독과 20명의 태극전사들은 17일 오후 4시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베어벡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좋지 않은 그라운드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했다. 수비진도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주지 않는 등 잘해줬지만 공격수들이 더 많은 골을 넣었어야 한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대만전에서 추가골을 터뜨리며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린 정조국(서울)에 대해선 “4∼5명의 수비수를 달고 다니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했다”며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서 골 찬스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상대 수비수를 유인해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잘 해냈다”고 칭찬했다.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인천공항=연합뉴스 |
베어벡 감독은 특히 다음달 2일 예정된 이란과의 예선 홈경기에서의 승부욕을 내비쳤다. 베어벡 감독은 “이란과 아시안컵 예선 홈 경기에는 해외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선수들을 소집하겠다”고 선언해 사실상 2007 아시안컵 본선 진출의 향방이 걸린 이란전에 대비, 대표팀을 베스트 멤버로 꾸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해산한 대표팀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복귀한 뒤 20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6 삼성하우젠 K-리그 올스타전과 23일 개막하는 K-리그 후기리그에 나서게 된다. 또 베어벡 감독은 오는 25일쯤 이란전에 대비한 새로운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뒤 27일쯤 국내파 선수들을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로 불러들여 훈련을 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50일' 베어벡 감독
"칭찬은 확실하게"… 유머 거의없는 '진지남'
데뷔전인 2007 아시안컵 예선 2차전 대만전을 승리로 이끈 16일은 공교롭게도 베어벡 감독이 지난 6월28일 한국 대표팀 수장에 오른 후 꼭 50일이 되는 날. 비록 취임 직후 한 달 가까이 고국 네덜란드에 머물긴 했지만, 지난달 26일 귀국 후 20일간의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보여줬다. 베어벡 감독의 50일을 통해 전임 감독과는 또 다른 그만의 스타일을 살펴본다.
●화법…유머는 No, 진지함은 Yes
베어벡 감독이 전임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가장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언론 끌어안기’다. 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 단체 인터뷰을 마련한다거나 취재진의 입맛에 맞게 가장 이슈가 될 만한 선수를 훈련한 후 인터뷰시킨다는 점이 그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베어벡 감독 특유의 화법이다. 일단 유머는 거의 없다. 간간이 위트와 제스처를 섞어가며 기자 회견장의 분위기를 주도했던 아드보카트, 거스 히딩크 감독과 대비된다. 대신 향후 대표팀 청사진과 계획을 에둘러 말하는 전임 감독들과 달리 한국 축구의 나아갈 방향을 오랜 기간 분석·정리, 매우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또 드러내놓고 특정선수를 언급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점도 특이하다. 첫 훈련 뒤 백지훈(수원)이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하고 있다고 주저없이 말해 오히려 취재진을 당황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성격과 지도법…완벽, 합리, 꼼꼼나라 대마왕
●이란전 앞둔 대표팀 과제
엉성한 조직력 보완 절실, 영리한 왼쪽킬러 찾아라
한국 축구 대표팀의 이을용(왼쪽)이 16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중산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 축구 예선 대만과의 원정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태클에 공격이 저지 당하고 있다. |
16일 밤(한국시간) 한국 축구 대표팀의 핌 베어벡 감독은 대만과 2007 아시안컵축구 예선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긴 했지만 엉성한 플레이 등 아직도 조직력을 더욱 다듬어야 한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대만(FIFA랭킹 144위)에 완승(3-0)했지만 경기 내용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베어벡호는 대만전을 대비한 포지션별 훈련을 소화했지만 실전에서 ‘베어벡식 전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등 ‘색깔’이 없었다. 이날 경기를 압도했지만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답답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왼쪽 공격수를 찾아라=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큰 비중을 두고 훈련했던 측면 돌파는 상대팀에 위협적이 못했다. 오른쪽에서는 이천수(울산)와 김정우(나고야)가 활발하게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지만 안정환이 나선 왼쪽 측면에서는 거의 돌파가 없었다. 간혹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도 정확성이 현저히 떨어졌고, 운좋게 득점 찬스가 나더라도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대표팀에서 대부분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던 안정환도 이날 왼쪽 돌파보다는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골로 연결하는 데 임무를 부여받은 인상이었다. 왼쪽 측면 돌파가 너무나 허술했다. .
●플레이메이커를 찾아라=대만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뚫는 스루패스가 없었다. 한국은 이날 무려 10차례나 상대 오프사이드 함정에 빠져 공격 흐름이 끊겼다. 미드필드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정교한 스루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를 찾아야 한다.
●세트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여라=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을 득점으로 연결하는 세트플레이의 완성도가 부족했다. 아홉차례의 코너킥에서 단 한차례도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베어벡호는 다시 2기 멤버를 구성해 코 앞에 닥친 이란과 아시안컵 예선 3차전(9월2일)을 준비해야 한다. 이란은 FIFA 랭킹 45위로 한국(52위)보다 높은 아시아의 강팀이다.
따라서 이번 대만전에서 빠진 해외파들이 대거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전에서 해외파의 공백을 나름대로 인정한 베어벡 감독이 처음 노출된 문제점을 보완하는 필승 전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