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미 경기둔화로 벌처 투자자 활발한 움직임- NYT

  • 등록 2001-01-22 오후 12:44:17

    수정 2001-01-22 오후 12:44:17

세상은 상대적일 때가 많다. 한 쪽이 나빠져야 다른 쪽이 잘 되는 경우가 그렇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21일 경기둔화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는 것은 투자자나 종업원 등에게는 나쁜 뉴스이겠지만 벌처 투자자에게는 아주 좋은 비즈니스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벌처 투자는 최소한 대공황 이후부터 나왔다. 투자자들이 일부 도산한 철도회사의 부채를 거래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마시와 블루밍데일의 모기업들이 부도를 낸 1990년대 초 부터. 당시에 드렉셀 버냄 램버트의 레온 블랙과 시카고의 부동산 투자자인 샘 젤, 골드만 삭스의 전투적 금융인인 마이클 살로바라 등이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사상 최장기 호황을 구가하면서 벌처 투자자들의 먹이감이 줄어들었다. 기업 사정이 어려워져야 거래가 일어나는데 호황으로 부실채권이 돌아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야 비로서 시장 환경이 다시 조성됐다.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열악한 환경에 처한 기업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CSFB에 따르면 액면가로 따졌을 때 정크 본드의 3분의1의 수익률이 20%를 웃돌거나 디폴트됐다. 전체 은행 부채의 15~20%가 달러당 80센트나 그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인 에드워드 알트만은 전체 할인채권 시장 규모가 4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2배 정도된다.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회장인 하워드 마크는 "지난 몇년간 우리는 할인채권 시장의 부흥을 얘기해왔다"며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말한다. 벅셔 헤더웨이의 워렌 버핏도 이미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런 시장이 형성됐다고 해서 모두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리디움, 노스포인트 커뮤니케이션스 등에 투자한 벌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았다. 알트만 교수는 부도증권 지수가 16% 떨어졌다고 말한다. 칼 이칸은 마벨 엔터테인먼트 투자로 7000만 달러를 날렸으며, 솔 스타인버그도 TWA 투자로 65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한편 할인채권 시장이 4000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곳에 투자될 수 있는 벌처 펀드의 규모는 기껏해야 500억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벌처 투자자들의 선별 투자가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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