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핀토(59) JP모건체이스 대표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4일(현지시간) CNBC와 만난 자리에서 “인플레이션과 함께 사는 것은 너무 스트레스가 컸고 특히 저소득층에게 힘든 일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COO를 맡고 있는 핀토 대표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내 2인자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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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와 함께 살기, 큰 스트레스”
핀토 대표가 인플레이션에 유독 민감한 것은 그가 아르헨티나 출신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83% 폭등했을 정도로 초인플레이션의 대명사다. 그는 금융인 생활을 198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작했고, 1996년 영국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초년병 시절 줄곧 중남미를 담당하며 보냈다. 2006년에는 JP모건체이스에서 신흥시장을 총괄하는 글로벌 헤드로 일했다.
핀토 대표가 언급한 ‘20% 손실’은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급여를 받자마자 뚝뚝 떨어질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다는 뜻이다. 1975~1991년 당시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은 연 평균 300%가 넘었다.
핀토 대표는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인플레이션 역시 경기를 희생하더라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고물가를 놔두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는 5% 정도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그 정도의 금리는 실업률을 높이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이 연준이 너무 매파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녹아드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조기에 돌아서는 것은 1970~80년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근래 연준이 긴축 속도를 조금 늦추고 그간 정책을 평가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시장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선을 그은 것이다.
핀토 대표는 이어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은 이후에도 향후 금리 수준은 과거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며 “세계적으로 낮았던 혹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금리는 시대적인 특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경기 침체와 시장 약세 가능성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진단했다. 핀토 대표는 “최근 다이먼 CEO,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가 밝힌 것처럼 연준이 궁지에 몰린 만큼 미국 경제는 침체에 직면해 있다”며 “침체가 얼마나 심각할지가 유일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어닝시즌 덮치는 기업 인플레 걱정
핀토 대표의 주장은 이미 실물경제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장 기업의 약 20%가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72%의 기업이 월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주당순이익(EPS)을 냈다. 그러나 기업들은 깜짝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물가 불확실성을 토로했다. 팩트셋이 어닝 시즌 첫 2주인 지난 10~21일 실적을 발표한 S&P 상장 기업 중 3분의2는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펩시콜라, 도리토스, 레이 감자칩 등을 만드는 펩시코가 대표적이다. 펩시코는 올해 3분기 1.95달러의 주당순이익(EPS)으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인플레이션에 맞춰 가격을 인상했지만 소비자 구매력 역시 이를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레이먼 라구아타 펩시코 회장은 “산업 전반에 걸친 공급망 대란으로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환경에 있다”고 토로했다.
의료기술업체인 애봇의 로버트 포드 CEO는 “일부 영역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완고한 물가 압력이 있다”고 했다. 포드 CEO는 월가 예상을 훌쩍 넘는 실적을 공개했음에도 이같은 불확실성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