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일본 전통음식 도죠스시는 제사 음식이다. 시가현에 있는 작은 농촌 마을 오오하시에서 매해 5월 이 음식을 써서 제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이 마을 사람들이 도죠스시를 제수로 쓰기 시작한 이유는 지독한 냄새 탓이다.
| 한국방송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슈퍼피쉬 등장한 오오하시 주민. 도죠스시에 대한 맛을 평가하고 있다.(사진=한국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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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기원을 담은 설화를 보면, 오랜 옛날에 괴수 뱀이 나타나 마을을 괴롭혀서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쳐야 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안타까워하다가 괴물도 치를 떨 만큼 악취나는 음식을 만들자는 꾀를 내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도죠스시라고 한다.
만들기까지는 정성과 시간이 든다. 10월을 전후해서 추수한 햅쌀로 지은 밥을 소금간해서 나무 틀에 깔고서, 그 위에 산 미꾸라지를 겹쳐서 올린 뒤에, 손질한 메기를 소금으로 간해서 포갠다. 이렇게 샌드위치처럼 층을 쌓아올린다. 그러고는 맨 위에 무거운 돌을 올려 눌러서 서늘한 곳에서 반년 이상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발효의 시간이다. 밥알은 흐물해지고 미꾸라지는 형체가 온데간데없지만 메기는 시간을 견디면서 발효음식으로 거듭난다.
이 음식이 볕을 보는 시기는 모내기를 직전에 앞둔 5월께다. 악귀를 물리쳐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기 위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독한 악취가 함께 따라온다. 어떤 이들은-표현이 거칠긴 하지만-`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고까지 할 정도다. 악귀를 쫓을 만큼 강렬한 냄새에 빗댈만한 비유이다. 그러나 또 어떤 이들은 도죠스시를 먹으려고 1년을 기다린다고 할 만큼 호불호가 세다.
이 악취나는 음식은 마을의 자랑이다. 일본 스시의 원조 가운데 하나로 이 도죠스시가 꼽히기 때문이다. 음식 스시(すし)의 어원 가운데는 `시다`(すっぱい)는 의미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갈래가 있는데, 신맛을 내는 게 바로 밥알이다. 밥알에 든 전분이 유산을 만들어 산미를 내고, 이 신맛이 식재료를 발효시키는 근원이다. 시간이 빚어내는 신맛을 대중화시킨 게 바로 식초이고, 현재 식초물에 버무린 쌀밥을 생선과 조합한 스시는 말하자면 `패스트푸드`와 같은 셈이다.
| 도죠스시(사진=한국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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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원리에서 스시의 기원을 거슬러가면 도죠스시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 음식의 악취는 마을의 창피가 아니라 자랑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쌀밥과 붕어를 섞어서 발효해 만드는 후나즈시(붕어초밥)도 스시의 원조격으로 등장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