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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초콜릿을 사는건지, 포장용품을 사는건지 모르겠어요.”
지난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만난 윤모(30)씨는 밸런타인 데이를 앞두고 한 편의점에서 초콜릿 상품을 하나하나 비교하고 있었다. 윤씨는 “들어 있는 초콜릿 양에 비해 포장이 너무 과도하다”라며 “화려한 포장상품이 예쁘긴 하지만 결국 버리는 쓰레기만 많이 생길 것 같아 최대한 초콜릿이 많이 들어 있고 포장재가 적은 제품을 고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밸런타인 데이를 앞두고 서울 곳곳의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는 여전히 여러 개의 상품을 묶어 플라스틱·비닐·종이 등으로 이중포장 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대 포장된 상품들을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환경부가 불필요한 이중포장과 과대포장 방지를 위한 법률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해마다 계속 이어져 온 문제가 다시 반복된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과 함께 판매 업체와 소비자들도 지난해 환경부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 발표 이후 이어져 온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흐름에 동참하는 등 이중·과대포장 판매와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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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 데이를 앞둔 강남과 마포 등 서울 곳곳의 편의점과 대형마트 진열대에는 기존의 초콜릿 제품 여러 개를 묶어 비닐이나 플라스틱 통으로 재포장하거나 과대 포장한 상품들이 즐비했다. 이외에도 필요 이상으로 부피가 큰 종이상자에 제품을 넣거나 인형과 초콜릿을 함께 담은 바구니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 같은 풍경은 앞서 정부가 잇달아 시행한 일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들과도 거리가 멀다. 지난해 4월 ‘쓰레기 대란’ 이후 정부는 지난해 8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 푸드점 매장 내 사용 목적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제공을 전면 금지했다. 올해부터는 전국 1만 3000여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지난 10일에는 올해 상반기 안에 배달음식점의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근절정책을 마련한다고도 발표했다. 정부의 정책이 아니더라도 일회용품의 사용에 대한 일반 시민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고,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시작으로 플라스틱을 사용을 줄이자는 여러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흐름에 동참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이중·과대 포장 상품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마땅한 선물을 고르기가 곤혹스럽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컵·빨대나 비닐봉투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대학생 김모(24·여)씨는 “예전에는 비닐 포장 등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포장이 심할 정도로 과하게 느껴진다”며 “뿐만 아니라 여러 제품을 묶은 모양새가 예쁘지도 않고 만듦새도 허술해 선물로 사기도 사실 꺼려진다”고 말했다.
전문가 “정부 가이드라인 뿐 아니라 판매업체·시민 동참 중요”
하지만 아직까지 현행 법령에 따라 하나의 제품을 한 번 더 포장하면 규제 대상이지만 제품 판촉을 위해 여러 개의 초콜릿 제품을 묶어 재포장하는 것은 규제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뿐 아니라 판매 업체 차원의 자체적인 포장 줄이기와 소비자 차원에서의 과대포장 상품 불매 등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대형마트 비닐봉투 사용 금지나 카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도 정착이 잘 안 될 것 같았지만 결국 정부에서 주도하니 쓰지 않고 있지 않냐”며 “결국 정부에서 마련한 과대 포장 관련 정책을 통해 이중·과대 포장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현실적으로 매장 자체에서 제품을 포장하는 것 하나하나까지 규제하기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소비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긴 했지만 과대 포장 제품 구매를 최대한 줄이고 판매 업체에서도 불필요한 포장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