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대신 해외로 봉사 떠나요"…모녀의 특별한 추석나기

초등생 딸과 캄보디아에서 수학과 그림 가르치기 봉사
"초등학생 딸, 봉사를 통해 얻는 기쁨 알게 하고파"
""대견하다"며 혼쾌히 승낙한 시댁, 응원해준 남편 감사"
  • 등록 2017-10-02 오전 10:00:00

    수정 2017-10-02 오전 10:00:00

추석 황금 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 수속 카운터 앞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2011년 캄보디아 여행 때 ‘딸이 더 자라면 봉사활동을 한 번 와야지’ 생각했죠.”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회사원 조모(37·여)씨는 “당시 국내 대학생들이 수상 가옥에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등 해외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 인상에 깊이 남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어느덧 훌쩍 자라 열 살이 된 딸과 함께 두 번째 캄보디아 여행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단순한 해외 여행이 아니라 최장 열흘 간의 추석 황금 연휴를 이용, 캄보디아 현지 아이들에게 교육봉사를 하는 ‘특별한 여행’이다.

최장 명절 휴가…해외 여행객도 최대 기록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은 해외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다. 추석 연휴가 역대 최장 기간인 만큼, 공항 이용객 역시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다음달 9일까지 11일간 인천공항 이용객이 약 19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일 평균 여객 예측치는 약 17만 7586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에 비해 10.3% 증가했다.

조씨는 본격적인 연휴 시작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딸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떠났다. 다음달 6일 돌아오는 캄보디아 여행 기간 중 나흘 동안 현지 아이들에게 교육봉사를 할 계획이다.

딸과 함께 하는 국외 봉사활동을 하기로 다짐한 조씨는 지난 3월 본격적인 실행에 옮겼다. 민간봉사단체 ‘캄보프렌드’에 국외 봉사 참여 방법을 문의해 지난 5월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했다. 지체장애인을 돕는 사내 봉사활동을 통해 미리 딸과 호흡도 맞춰봤다.

넉 달간 캄보디아 관련 정보를 수집한 조씨는 현지 아이들에게 평소 자신 있는 수학과 그림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일일이 찾아 선별한 뒤 직접 묶어 교재도 만들었다. 보조 교사를 자청한 딸은 행여나 아이들이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끼지 않을까 눈높이에 맞춘 조언을 했다.

모녀는 퍼즐과 협동심을 기르는 놀이를 준비하고 봉사 마지막 날 아이들에게 줄 선물 보따리도 마련했다. 딸은 학교 친구들에게 장난감 ‘터닝메카드’와 뽀로로 인형, 바비인형 등을 모아 새 것처럼 손질했다. 바자회에 내놓을 물건들이다.

조씨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딸이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고 싶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딸이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댁과 남편의 응원 든든

짧지만 의미 있는 모녀의 ‘특별한 여행’은 주변이 배려해 준 덕분에 가능했다.

경기 광주에 있어 비교적 가까운 시댁에선 ‘손녀가 벌써 이만큼 자라 좋은 일을 하겠다니 대견하다’며 이번 명절 기간 해외 봉사활동을 흔쾌히 허락해줬다. 연휴 기간에도 회사로 출근하는 남편은 “내 몫까지 힘내 달라”며 아내와 딸에게 응원을 보냈다. 애초 2일에는 휴가를 낼 계획이었으나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행운도 따랐다. 캄보디아에서도 추석 당일에는 마음으로나마 차례를 지낼 계획이다.

조씨는 “여건이 된다면 내년, 내후년에도 명절 기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봉사활동에 시간을 쏟을 계획”이라며 “준비 과정에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단조로운 명절 나기에서 벗어나 설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사진=캄보프렌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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