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나비효과]중·장년층 지갑 열면 뜬다

  • 등록 2013-06-04 오전 10:15:00

    수정 2013-06-04 오전 10:15:00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가수 조용필이 10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이 20만장 팔렸다. 지난 주말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아이돌 일색이던 음반 시장에서 ‘조용필 신드롬’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40~50대 중·장년층이 지갑을 연 덕분이다.

영화계에서도 중·장년층의 소비 확대가 두드러진다. 올 상반기 최고 인기 영화 ‘7번방의 선물’과 관객 700만명 이상 동원한 ‘아이언맨3’ ‘베를린’의 성공 뒤에는 40~50대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3개 영화 모두 40대 이상 관객 예매율이 40%를 넘어섰다.

20~30대의 젊은 여성이 주도하던 뮤지컬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 가운데 ‘그날들’ ‘젊음의 행진’ ‘광화문연가2’ 등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뮤지컬이 적지 않다. 특히 ‘그날들’은 고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를 엮어 만든 뮤지컬로 중·장년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콘서트·영화·공연이 중·장년층의 대표적인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CJ CGV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도 올해 들어 꾸준한 상승세다. 올 1분기 전국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5542만명이었다. 이 가운데 CGV 관객은 2459만명(44.4%)에 달했다.

최근 중·장년층의 소비 파워는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와 자전거·캠핑 등 레져 산업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백화점은 로엘족의 눈길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로엘족은 외모에 관심이 많고 자신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30~50대 남성을 지칭한다. 가족을 위한 소비보다 자신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주도하는 남성 고객이 백화점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로엘족 소비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외모만큼 건강 관리에도 지출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자전거 시장에서 중·장년층은 큰손으로 떠올랐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다 보니 가격에 구애를 덜 받는다. 덕분에 자전거 업체의 평균판매단가(ASP)도 오르는 추세다. 실제 삼천리자전거는 지난 1분기 매출액 255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 99% 늘었다. 주가도 올해 들어 80% 올랐다.

최근 주식시장은 중·장년층 소비 경향을 주목하고 있다. 본인은 구멍난 양말을 신고 아이에게 고가의 패딩 점퍼를 사주던 예전의 아저씨·아줌마가 아니다. 취직을 하지 못해 생계조차 곤란한 20대와 달리 평균 소득이 높은 데다 모바일 인터넷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 덕분에 교육비 지출을 줄일 수 있었던 덕분에 문화와 여가 관련 소비 여력이 커졌다. 주택 가격이 더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리한 주택 매입도 자제하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앞으로 5년 동안 중·장년층 인구비중이 정점이다.

최근 소비 흐름 속에서 빛을 볼 수 있는 종목으로는 호텔신라 CJ CGV 하나투어 골프존 인터파크 씨티씨바이오 참좋은레져 삼천리자전거 예스24 등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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