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겐 대학가 소형주택이 그저 그림의 떡"

신촌지역 대학생 주거문제 청책워크숍 현장 가보니
월 45만원 임대료 너무 비싸 고시원서 생활 하소연
박원순 서울시장 "기숙사 많이 짓도록 방법 찾을 것"
  • 등록 2012-05-04 오전 10:24:30

    수정 2012-05-04 오전 10:24:30

[이데일리 류의성 성문재 기자] "신촌 대학가에 고급 도시형생활주택만 벌써 4개가 들어섭니다. 대학생에겐 그저 그림의 떡이예요. 기숙사가 들어서도 부족할 지역에.."

"민간 자본으로 지은 기숙사요? 시설 좋죠. 그런데 월 기숙사비만 월 45만원입니다. 학교 앞 원룸도 45만원이예요. 이게 누구를 위한 기숙사인가요?"

지난 3일 오후 홍익대학교.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청책 워크숍이 열렸다. 홍익대와 서강대, 연세대 학생들이 주축이 된 `신촌 홍대지역 대학생 주거네트워크`에서 마련한 행사였다. 이 자리엔 박원순 서울시장과 주택정책 관계자들, 정부 및 대학교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지방 유학생 약 90%, 기숙사 입주 못해" 홍익대에 재학 중인 박하영 씨는 "서울서 유학한 지 3년이 넘었는데 4번 이사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가장 좁다. 비용 때문에 갈수록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의 박준석 씨도 "부모님께 등록금을 기대는데, 살 집까지 손을 벌리기 죄송했다. 잠만 자는 곳이라도 들어가자 싶어 고시원에 있다. 잠 잘때 팔도 마음놓고 못휘두를 정도로 좁다"고 털어놨다.

기숙사가 너무 부족해 매학기때마다 살 집을 찾아 전전해야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 학생들의 하소연이다.  

주거네크워크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학생의 40%인 15만6000여명이 지방 학생이다. 그러나 기숙사 수용 가능 학생은 2만7000여명 수준. 이화여대와 서강대, 연세대의 경우 지방 출신 학생 중 7~12% 가량만 기숙사에 들어가는 실정이다. 지방 학생 중 90%정도는 하숙이나 자취, 고시원을 찾아야한다.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대학교 주변 재건축 및 재개발시 보완점과 민자 유치 기숙사의 문제점, 국가 공공기관 이전시 부지 활용 기숙사 건축 등 방안을 제안했다.

고명우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마포구와 서대문구는 대학교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상당지역이 재개발 대상이고 저소득 다가구가 밀집해 있다"고 말했다. 고 총학생회장은 "그러나 재개발시 새로 들어오는 건물은 비싼 오피스텔이나 고급 빌라가 대부분인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주거나 여건에는 전혀 맞지 않는 주택들이 들어오면서 학생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고 총학생회장은 "대학교 주변에 재건축, 재개발시 저렴한 1인 가구나 다가구 주택, 기숙사 등을 의무화하고 사업자에게 일정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

공공기관 이전시 비는 부지를 이용해 국가나 서울시가 기숙사를 짓고, 서울시내 버스종점 인근 저렴한 부지를 매입해 교통과 연계한 기숙사 건립도 제안했다.

김삼열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직접 학교 근처 자취방과 하숙집을 다니며 가격과 교통, 주거환경 정보를 수집해 공개하는 주거정보조사단을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학부모들이 학생회에 전화해서 집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할 정도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총학생회장은 서울시에도 조사단 사업 지원을 요청했다.

이웅재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홍익대 학생회도 주거정보조사단을 하려고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봉사활동을 기업 문화사업이나 서울시 사회공헌프로젝트와 연계해 대학생 주거를 지원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학생 주거문제 청책워크숍에 참석해 학생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교내 기숙사 건축시 관련법 완화 필요" 행사에 참석한 대학교 관계자들은 건물 관리나 학생 안전 면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교내 기숙사라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 다만 기숙사 건축 추진시 정부나 서울시 지원, 건축기금 사용 및 건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봉수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숙사 신축이나 증축, 개축시 관련법이 완화됐으면 한다"며 "학교 내에선 가용부지가 별로 없는만큼 교내에서 기숙사를 지으려면 용적률이나 건폐율, 법정주차대수 등 많은 부분에서 제약요건이 있다"고 말했다. 외부가 아닌 교내 기숙사 확충일 경우 서울시가 관련 심의 허가 규정을 과감하게 완화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는 "연대 주변 하숙집, 고시원이 매우 열악하다"며 "치안에 무방비인 곳이 너무 많다. 서울시 뿐 아니라 경찰청과도 연계해 학생들의 주거 뿐 아니라 안전도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조일환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시설담당관은 "대학 소유 부지에 기숙사 건설시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기로 최근 발표했다"며 "이 제도로 민자 유치 기숙사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담당관은 "대학교 밀집 지역에 대학 연합 기숙사를 추진하고, 폐교되는 초등학교 등 학교를 기숙사 건립이 가능하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래황 서울시 시설계획과장은 "학생들의 주거문제가 정말 심각한 것을 느꼈다"며 "기숙사 층수나 녹지 활용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해서 좋은 방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 "학생들 주거 고통 해결해야..충분히 검토하겠다" 학생들의 발표를 경청한 박 시장은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학생시절 돈이 없어 독서실에서 몇년을 살았고, 3달 동안 양말을 벗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박 시장은 "어느날 목욕탕에 갔는데 돈이 부족해 돈만큼만 목욕하면 안되냐고 통사정한 적이 있었다"며 "이게 70년대 일인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자식과 학생들의 상황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기성세대를 대신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예산 19조원 쓸 곳을 정하다보면 막상 돈이 없다"며 "시립 조폐장을 만들어 밤새 지폐를 찍어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꿀 정도"라고 털어놨다.

기성세대가 힘들더라도 젊은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서울이 워낙 과밀지역이고, 도시계획이나 생태 이런 걸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학생들이 이렇게 어려워하는데 해결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충분히 검토하고 학교 안에서 기숙사를 많이 지을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학생 여러분이 미래의 꿈을 키우는데 있어서 물리적인 부분이 장애가 돼선 안된다"며 "나와 서울시가 힘을 합쳐 고민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계속 얘기를 나누자"고 덧붙였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학생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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