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쌀 수입 반대’ ‘태풍 피해보상’ ‘농촌총각 국제사기결혼’ ‘농어민 융자’ 등등. 그런데 충청·경상·전라·강원도의 걸쭉한 사투리로 버무려진 대사와 엉뚱한 상황 전개로 웃음이 난다. 적나라한 농촌현실을 소재로 대학로에 등장한 코믹스릴러 <삼도봉 美스토리> 얘기다. 최근 정치·사회 세태를 풍자한 연극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농촌현실 풍자로 가세한 작품이다.
경상·전라·충청도의 경계가 맞닿은 촌동네 삼도봉. 이곳에 ‘미국산 양곡창고’가 들어섰다. 어느날 이곳에서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마침 현장에 있던 4명의 농부는 취조실에 불려왔다. 자신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상황재연에 나선 노상술(충청)과 갈필용(전라), 배일천(경상), 김창출(강원). 이들이 한밤중에 양곡창고를 찾은 사연은 무엇일까.
홀어머니와 사는 배일천. 장가를 가기 위해 결혼상담소를 통해 베트남 처녀와 선을 봤으나 농촌총각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산 꽃뱀’에게 잘못 걸려 돈만 날렸다. 어머니와의 다툼 끝에 분풀이 겸 창고를 찾은 것이다. 수입쌀 부대를 노려보고선 외친다. “이기 다 니 유에스에이! 니들 꼬라지 때문 아이가. 느들 땅에서 난 것은 느들 땅에서 처묵어야 되는 거 아이가. 와 우리 밥그릇을 들었다놨다 지랄이가 지랄이.”
농부 4명은 열심히 사건재연에 나서지만 도통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홧김에 쌀부대에 낫질을 하고 불을 지르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대 속에서 발견된 머리없는 토막난 시체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농부들도 각자 ‘대가리’ ‘대그박’ ‘대갈빼기’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하며 서로를 의심한다.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재연이 연극 한편인 셈이다. 취조실과 창고 회상 신을 담은 무대는 모던하게 꾸며졌다. 연출가와 배우들은 연습에 앞서 삼도봉에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신후 작가의 창작 초연작. 감각적인 대사와 연출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고선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고선웅은 “전라도 무안 출신으로 농촌현실을 그린 작품에 이끌렸다”면서 “농촌 얘기를 사실주의로 풀어낸다면 치열하고 우울한 작품이 되겠지만 이번 공연은 가상의 공간인 곡물창고를 통해 우화적으로, 관객 스스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여백을 뒀다”고 말했다. 오는 10일부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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