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한상복기자] 정부가 23일 재건축 아파트의 선분양 요건을 강화하고 일부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금지키로 하는 등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내놨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자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까지 가로막는 등 더욱 서슬퍼런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만일 이같은 대책이 또다시 무위로 돌아간다면 아예 `부동산 가격과의 전쟁`을 선포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만큼 강경입장이 뚜렷한 셈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특단의 조치는 아직도 많은 여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강경 부동산대책이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시중자금의 부동산시장 추가 유입은 막을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시장의 홀로 과열은 자금시장의 난기류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언젠가는 거품처럼 터지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더 이상의 과열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경제지표와 증시가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일 경우 그동안 부동산시장에만 몰렸던 시중자금이 서서히 증시 유입을 저울질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6월 이후 카드채 처리 문제가 가닥을 잡고, 수출 및 국내경기의 활성화 기미가 나타난다면 투자자들이 증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중자금의 부동산 일변도 이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퇴로를 터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속성상 수익을 좇을 수 밖에 없는 자금이 부동산에서 다른 곳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현재 부동산시장을 떠돌고 있는 자금은 극히 보수적인 성격이어서 증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가 강경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동산값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의 반영이며, 결국 과열을 의식한 시장이 스스로 조정국면을 초래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 경우 당연히 주식의 메리트가 재부각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다음은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92년을 경계로 증시와 부동산시장간의 연관관계가 사라졌다. 그 전에는 주가가 부동산값에 선행해 움직였지만 그 이후로는 전혀 관련 없이 움직이고 있다. 흔히 부동산시장이 과열됐을 때 부동산 값을 잡으면 그 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대일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 투자자들의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 보수적, 안정적인 투자성향이 높아졌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돈이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부동산시장에 돈이 몰린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 대책이 이틀에 한번꼴로 나오고 있는 점을 보면 분명히 부동산시장은 과열이다. 대책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점은 시장에서의 조정이 임박했다는 지표다. 가격이 너무 높아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김세중 동원증권 책임연구원= 정부 대책의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본다.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이다. 오는 6월 카드채 처리문제가 순조롭게 풀리고 전반적인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다면 자금이 서서히 증시에 입질을 할 것이다. 게다가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효과까지 기대할만한 시점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증시지표와 비과세펀드를 비롯한 정부의 증시유인 대책 등에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부동산시장이 과열이라는 점을 보면 조정이 머지 않았고, 주식의 매력이 다시 부각될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돈이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고유선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 금리인하에 따른 부동산시장 과열은 정부도 이미 전부터 우려해온 부분이었다. 제도적인 부분을 통해 잡을 수 있다고 본다. 경기회복 및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지 못했다는 점이 부동산시장 과열의 다른 배경이었다.
그렇지만 경기선행지표는 오는 3분기부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도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면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런 펀더멘털상의 개선 조짐이 나타난다면 부동산에만 눈독을 들이던 자금이 주식시장을 타진할 것이고 결국 움직일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