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기차 배터리 화재 유감, 벤츠 DNA 갖춘 배터리 셀 직접 만들 것”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개발 총괄 인터뷰
우베 켈러 박사 “화재 피해자에 유감” 표명
“배터리 결함 은폐 주장은 사실 아냐”
여러 제조사 배터리 모두 동일한 품질관리
단, 배터리 셀 자체 개발해 생산 ‘내재화’
전고체 배터리 비롯 실리콘 음극재 개발도
  • 등록 2024-10-28 오전 9:00:00

    수정 2024-10-28 오후 6:55:42

[운터튀르크하임(독일)=이데일리 박민 기자] “(벤츠 EQE 350+ 전기차 화재)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대해 저희도 정말 유감스럽습니다. 앞으로는 벤츠의 DNA를 갖고 있는 자체 배터리 셀을 개발하고 이것을 공급사를 통해 제공받는 방식을 채택하려고 합니다.”

우베 켈러(Uwe Keller) 박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운터튀르크하임 본사에서 진행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사진=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그룹 AG에서 배터리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우베 켈러(Uwe Keller) 박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본사에서 진행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인천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궁극적으로 자체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벤츠가 유럽 최초로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개소하면서 초청한 글로벌 미디어 행사에서 한국 기자단만을 위해 별도로 마련한 자리였다.

켈러 박사는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원인) 조사가 진행이 되고 있고, 공식적인 보고 내용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해서 특별하게 말씀드릴 것은 없다”면서도 “벤츠 본사도 해당 건을 진지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벤츠 본사가 중국 배터리업체 파라시스의 배터리 결함을 알고도 이를 은폐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화재가 난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가 다른 전기차 배터리와 비교해 특별히 설계 기준이 다르거나 떨어지지 않고 동일한 품질 검사·관리를 통해 납품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즉, 당시 화재 원인이 ‘배터리 설계 자체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켈러 박사의 판단이다.

켈러 박사는 “화재가 난 차량을 비롯해 다른 전기차 모두 배터리 셀의 경우 표준 설계에 기초한다”며 “(파리시스 배터리 채택은) 우리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나 배터리 제조사들이 모두 사용하는 표준 설계 방식에 근간했고, 공급 업체 선별도 엄격한 품질 관리 프로세스에 따라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배터리 열폭주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도 다른 배터리와 동일하게 (파라시스 배터리에) 취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벤츠는 궁극적으로 자체 배터리 개발 기술을 갖추고 벤츠 DNA를 갖춘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벤츠는 2021년부터 슈투트가르트 헤델핑겐 공장에서 차량에 탑재되는 완제품 형태인 ‘배터리 팩’은 만들고 있지만, 배터리 생산의 시작점에 해당하는 ‘배터리 셀’에 대해선 직접 생산하지 않고 있다. 셀 다음 단계이자 셀을 여러겹 쌓아 만든 ‘배터리 모듈’ 또한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공급 받아 완제품을 만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운터튀르크하임에 있는 헤델핑겐 공장에서 배터리 팩을 생산하고 있다.(사진=벤츠 코리아)
동시에 최적의 배터리 화학조합 비율(레시피)을 개발해 상업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점유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내재화에 나선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벤츠는 자체 배터리 셀 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 7월 독일 본사에서 ‘벤츠 e캠퍼스’를 개관해 연구개발(R&D)도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벤츠 DNA’를 지닌 고성능 셀을 개발하고, 향후 배터리 비용을 30% 이상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차세대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로부터 안전하고 1회 충전시 주행 가능 거리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일 슈투트가르트 운터튀르크하임 본사에 건설해 운영중인 배터리 연구개발센터 ‘e캠퍼스’ 내부 모습. 연구원들이 배터리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전극을 생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슬러리를 만들고 있다.(사진=벤츠 코리아)
켈러 박사는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기술 초창기이기 때문에 처음 도입되는 시기는 2020년대 후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처음 도입이 될 때도 전고체 배터리 형태가 아니라 세미 형태로, 반고체(준고체) 이런 식으로 도입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벤츠는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하는 리튬 이온 셀이나 희귀금속으로 꼽히는 코발트 함량을 대폭 낮춘 코발트-프리(cobalt-free) 양극재 등도 개발중에 있다.

한편, 벤츠는 이번에 파리시스 배터리에서 화재가 났지만 채택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카르스텐 브레크너 파워트레인 구매 및 공급사 품질 총괄은 “벤츠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VA2’를 기반으로 생산하는 모델에는 중국의 CATL, 파라시스 등이 배터리 셀 공급업체로 참여하고 있고 이러한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차세대 상위 클래스 차량과 관련해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어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 공급업체 선정과 관련된 프로세스도 (구체적인 시기는 말하기 어렵지만)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운터튀르크하임의 메르세데스벤츠 본사에서 우버 켈러(오른쪽) 배터리 개발 총괄과 카르스텐 브레크너(왼쪽) 파워트레인 구매 및 공급사 품질 총괄이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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