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시민 추모 공간. 빽빽하게 쌓인 국화와 빈틈없이 붙여진 메시지들 사이로 임모(16)양은 공간을 찾아 헤맸다. 그는 친구에게 전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담은 편지를 정성스레 붙이고, 끝내 눈물을 훔쳤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오늘 주말에 만나서 놀기로 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임양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을 잊지 못한다. “이태원에 놀러 왔다”고 웃으며 자랑하던 친구를 잃었다. 주변이 시끄러워서 친구와 길게 통화는 하지 못했다. 그게 마지막 친구의 목소리가 될 줄은 몰랐다. 임양은 친구의 해맑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
이후 임양은 뉴스를 보고, 사고 소식을 접했다. 혹시나 전화를 걸었지만, 애꿎은 통화음만 길게 늘어졌다. 결국, 친구는 눈을 감은 채 싸늘한 모습으로 임양 곁으로 왔다.
임양은 미처 부치지 못한 편지를 빼곡히 적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놨다. 편지에는 “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다음 생에도 ○○으로 다시 태어나줘”라고 적었다.
임양은 “작년 핼러윈 때 나도 이태원에서 놀았는데 그때도 사람이 많았는데 통제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큰 사고가 없었다”며 “‘올해도 별문제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라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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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현장 보며 ‘탄식’…“얼메나 숨 막혔을꼬”
이날 정부가 지정한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지만, 추모객들의 허망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은 추모객들로 붐볐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과 가까운 이곳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주변에는 추모의 메시지와 함께 국화꽃, 고인이 생전 좋아했을 과자와 소주 등이 놓여 있었다. 추모객들은 이곳에 모여 초점 잃은 눈으로 추모글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거나 “아이고”라는 등의 외마디 하소연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추모객들은 경찰 통제선 너머로 보이는 좁은 골목 앞에도 모여 이곳 일대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뉴스에서나 봤던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현장이다. 이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보니 너무 좁다”, “얼메나 숨 막혔을꼬” 등의 안타까움이 담긴 말들이 힘없이 땅에 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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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말을 맞은 만큼 평일보다 많은 이들이 이태원역과 인근 녹사평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지방에서도 추모객들이 대거 올라와 직접 현장을 보고 조의를 표했다. 김형태(20)씨는 “이태원에 가서 참사 현장도 보고, 추모하기 위해 인근 분향소도 갔었다”며 “정말 비극이다. 내 또래의 일이고 일상생활을 하다 저도 겪을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남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정말 안 좋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쉬는 날 청주에서 이곳 분향소를 찾은 올라온 김모(30)씨도 “사실 뉴스에서 ‘압사 사고’라는 것을 접하고선 와 닿지 않았고,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안 믿어졌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강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정부가 지정한 애도 기간은 이날로 끝이지만, 용산구는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12일까지 연장 운영할 방침이다.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 공간에도 당분간 교통정리와 쓰레기 처리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