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일 줄 모르고 우상향하던 빅테크주를 두고 월가에서 종종 나왔던 말이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특히 리스크 헤지를 위한 자산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등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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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흔들리는 빅테크주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애플 주가는 지난해 33.82% 급등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올해 수익률(~4월29일)은 -11.22%다. 애플뿐만 아니다. 지난해 51.21% 치솟은 MS 주가는 올해 17.48% 떨어졌다. △아마존(2.38%, -25.45%) △알파벳(65.30%, -21.22%) △메타(23.13%,-40.40%)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해 11.41% 올랐는데, 올해는 68.40% 폭락했다.
그렇다면 갑작스러운 빅테크의 삐걱거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엇보다 거시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첫 손에 꼽힌다. 시라 오바이드 정보기술(IT) 칼럼니스트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성공을 거두는 많은 기술회사들은 지금까지 침체기를 살아본 적이 없다”며 “일부 관측통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일어난다면 (빅테크를 향한) 모든 베팅은 무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대부분 기업들은 재정 제약 없이 정보통신화(IT화)를 위해 기술을 사는데 돈을 썼지만, 불황이 닥칠 경우 이를 재검토하고 불필요한 기술은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1분기에 7년 만에 처음 영업손실을 기록한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과 그에 뒤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례적인 성장과 도전을 맞았다”며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의 압력 속에서도 실적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0억달러 손실에서 30억달러 이익까지 넓게 제시했다. 사업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1분기 비교적 호실적을 낸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에 공급망 차질로 매출액이 40억~80억달러 타격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의 여파다.
정부보다 먼저 견제하는 시장
메타의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는 틱톡이 페이스북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는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틱톡은 이미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털어놨다. 틱톡과 같은 짧은 동영상(숏폼) 플랫폼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이미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알파벳의 컨퍼런스콜에서도 어김없이 틱톡의 이름이 나왔다. 빅테크의 독점 이슈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각국 정부가 정책을 준비하는 사이 시장은 단박에 독점을 배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넷플릭스는 더 심하다. 디즈니, 아마존, 훌루 등의 너도나도 질 좋은 서비스를 쏟아내다 보니, “이제 넷플릭스에서는 볼 게 없다”는 말까지 미국에서는 나온다.
오바이드 칼럼니스트는 “투자자들이 (빅테크를 향한) 다소 끔찍한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건 시장의 분위기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항상 (비대면을 통해) 줌을 원하거나 펠로톤 자전거 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더 주목 받는 건 한국의 미국 주식 투자자(서학개미)들이 빅테크를 대거 들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서학개미는 테슬라, 애플, MS,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등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