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①유난희 쇼호스트 "넘치는 현대인..비울 줄 알아야죠"

덴마크 행복비결 소개한 '휘게라이프'
"겉멋이 아닌 일상 속 자연스런 멋" 강조
치열한 삶 살지만..비울 줄 알아야 균형맞아
  • 등록 2016-12-07 오전 8:16:21

    수정 2016-12-25 오전 11:32:39

유난희 쇼호스트가 서울 남태령 CJ오쇼핑 사옥에서 자신이 추천한 책 ‘휘게 라이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쇼호스트는 항상 분출하는 직업이에요. 매번 새로운 상품을 써보고 소개하고, 또 낯선 사람과 일하는 것이 일상이죠. 언제나 인풋보다 아웃풋이 넘치는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비우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했죠”

의외의 선택이었다. 독한 성공비결이나 트렌디한 패션 서적을 들고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대한민국 최초 쇼호스트 유난희씨는 덴마크의 행복비결을 소개하는 책 ‘휘게 라이프’를 추천해 왔다. 가져온 책을 보고 놀랐다고 말하자 유 씨는 “맞다. 제가 늘 화려한 스튜디오에서 신상품을 판매하다보니 다들 그런 편견을 갖더라”며 소녀처럼 웃었다.

휘게 라이프에서 휘게(HYGGE)는 ‘웰빙’을 뜻하는 노르웨이 단어에서 유래한 덴마크어다. 덴마크 행복연구소 CEO인 저자 마이크 비킹은 휘게를 경험·분위기로 정의하며 이것이 덴마크가 늘 세계행복지수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지난달 출간된 신간이지만 평소 소중하게 생각해오던 가치를 알기 쉽게 서술해줬다는 점에서 유씨는 이 책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유 씨는 “최근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하고 있지만 트렌디한 가구, 인테리어 등 겉멋에만 치중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진정한 멋스러움이란 멋내기용을 위한 행위가 아닌 일상에 스며드는 자연스러운 멋”이라고 덧붙였다.

출장 차 들렸던 코펜하겐에서 엿본 휘게 라이프도 전했다. “당시 남녀노소 파스텔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여기에 복장도 자전거 색과 맞춰 입고 나온 모습이 멋스러웠다. 알아보니 그리 비싼 자전거도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도 ‘비싼 것을 타는게 좋다’는 익숙한 사고방식과는 극과 극”이라고 회고했다.

이쯤에서 갸우뚱할 수도 있다. 사실 유 씨의 경력은 ‘소박함’보다는 ‘화려함’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단 국내 최초로 쇼호스트라는 직업을 정착시켰다. 1995년 39쇼핑으로 입사한 이후 22년간 쉼없이 일하며 ‘쇼호스트’란 생소한 직업을 온몸으로 부딪쳐 만들어냈다. 업계 최초로 ‘1분당 1억원’이라는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그가 최초로 완판시킨 제품도 셀 수없이 많다. 직업적 성취와 함께 가정에서 남편·엄마·며느리 등의 역할까지 해내며 워킹맘의 ‘롤모델’로도 자주 꼽힌다.

앞만 보고 달려온 그가 스스로를 돌아보게된 계기는 바로 10년 차에 찾아왔다. 유씨는 “직업상 옷이든 가방이든 신발이든 물건이 넘쳐난다”면서 “남들은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내겐 엄청난 스트레스였다”고 고백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다보니 늘 시끄러운 환경에 노출됐다. 그러다보니 결국 소음과 관련된 공황장애 상태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당시엔 일터를 제외한 집·자동차 등에선 소리를 모두 꺼야 겨우 견딜 수 있었다. 이후로 채우는 것 못지 않게 비우는 법을 알아야 내 자신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느꼈다. 현대인 역시 마찬가지다. 음식이든 소음이든 뭐든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휘게 라이프에 대한 관심도 여기서 출발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입에 올린 단어는 ‘소박함’이었다. 여기서의 소박함은 무조건 돈을 절약하는 것이 아닌 ‘잘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유씨의 생각이다.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에 돈·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진정한 풍요로운 삶이라는 의미다. 유씨는 지인들과의 6명 이상의 사교 모임은 피한다. 대신 3~4명 위주의 소규모 모임을 선호한다. 그 규모에서만 모임에 참석한 지인들과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펜카페 회원들에게 줄 선물에 직접 편지를 써서 스티커에 라벨까지 직접 붙인다. 단순히 경제가치로 따지면 제가 이 시간에 돈을 버는 게 낫겠지만 저만의 가치로 따지면 이 시간이 훨씬 소중하다. 제가 생각하는 휘게 라이프인 셈이다”

유씨가 생각하는 ‘명품’의 정의도 일반적인 의미와 조금 다르다. 그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브랜드가 아닌 제품에 대한 추억이 더해져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를 더하는 브랜드를 진정한 명품으로 정의한다. 명품에 대한 생각을 그는 일찌감치 저서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2014년 출간)’에 정리하기도 했다. 한 캔에 2000원 내외하는 니베아 크림은 그녀가 엄지 번쩍 들며 추천하는 ‘명품 중의 명품’이다. “온 가족의 보습관리용으로 이만한 제품이 없다”고 했다.

최근 CJ오쇼핑에서 시작한 라이프스타일 판매방송 ‘라메종’도 같은 맥락에서 출연을 수락했다. “주부들의 일상을 좀 더 빛나게 만들고 싶었다. 집안일에 대한 수고를 덜고 여유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가 판매한 건조기, 티 메이커 등도 주부들이 가사노동의 짐을 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른 제품이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뤘지만 그가 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 “얼마 전 제가 인스타그램에 홈쇼핑에 판매할 물건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더니 ‘유난희도 어쩔 수없는 쇼호스트네요’라는 댓글이 달렸다”면서 “제 입장에서 일상을 올린 것 뿐인데 여전히 쇼호스트가 ‘장사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 아쉬웠다”고 전했다.

이어 “1세대 쇼호스트로써 그동안 우리 직업의 인식을 개선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멀었다는 증거”라면서 “좋은 물건을 신뢰감있게 판매하는 쇼호스트의 업무가 더욱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며 포부를 전했다.

◇유난희 쇼호스트는

숙명여대를 졸업한 뒤 1995년 39쇼핑(현 CJ오쇼핑)에 쇼호스트 공채 1기로 입사한 국내 1호 쇼호스트. 이후 홈쇼핑 최초 1시간 1억 매출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하며 최초의 억대 연봉 쇼호스트 반열에 올랐다. 이후 GS홈쇼핑,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등에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공주영상대학교 겸임교수(2005~2011)로 후배 양성에 힘쓰고 각종 기업체 강연을 병행하며 지난 20여년 간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품 골라주는 여자’(2003), ‘아름다운 독종이 프로로 성공한다’(2005),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2014), ‘뜨겁게’(2015) 등 5권이다.

유난희 쇼호스트가 서울 남태령 CJ오쇼핑 사옥에서 자신이 추천한 책 ‘휘게 라이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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