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은행, 부동산, 제조업 등 총 600여 중국 본토 기업들이 해외 자본을 끌어 모으기 위해 홍콩 증시에 입성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홍콩 증시 내 중국 기업의 주식 총액만 2500억달러(약 285조원)가량이다.
세계화 20년, 중국 기업들의 성적은 어떨까. 홍콩 증시 내 중국기업의 주가 지수를 나타내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는 1994년 처음 등장한 후 이달까지 43%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중국 경제가 지난 20여년간 해마다 평균 10% 성장하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런 수치다.
이 기간 항셍지수는 1만선 밑에서 2만468.67(5일 종가)로110% 넘게 올랐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41%올랐고 수 년째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영국도 FTSE지수가 101% 뛰었다.
WSJ는 단기적으로는 최근 중국 경기가 둔화된 점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관치(官治) 중심의 중국 기업 문화가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진단했다.
단기 요인 : 세계·중국 경기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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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해 중국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7.7%를 기록해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기관들은 중국의 경제 서장 전망을 줄줄이 낮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5%에서 7.8%로 하향조정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8.0%에서 7.5%로 낮췄다. 6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위축을 뜻하는 50 밑선에 머물러 있다.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주식 시장도 된서리를 맞았다. 올들어 중국 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12%, 홍콩H지수는 이달 들어 21% 떨어졌다.
여전히 강한 관치경영..장기 경쟁력↓
WSJ는 세계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중국기업의 대응은 늦다고 평가했다.
한 예로 중국 민간 철강기업 마안산강철 주가는 1993년 홍콩증시 IPO 이후 26% 떨어졌다. 중국 제조업 경기 둔화에 세계 철강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감산등 조치를 빠르게 취하지 못해 실적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부채와 생산 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가 없다.
전문가들은 마안산강철의 예가 관치 중심의 기업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철강, 태양광 등 전략산업에 대해 국영 기업을 만들고 이를 집중 지원한다.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연구개발(R&D), 고용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이는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부실 기업이 그대로 남고 이는 시장 포화와 업계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 주주 이익보다는 공산당 눈치를 본다는 점이다. 대기업 수장이나 임원은 대부분 공산당 간부 출신이다.
헤르메스 펀드매니지먼트의 개리 그린버그 이머징 자산관리 담당 이사는 “중국 기업 임원 상당수가 공산당 간부로 있다는 점은 중국 기업의 어두운 면”이라며 “출세를 위해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게 중국 기업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