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 `아쉬운 네 가지`

  • 등록 2012-04-25 오후 12:20:00

    수정 2012-04-25 오후 12:20:00

[이데일리 최승진 기자] 지난 일요일 전국적인 규모로 처음 실시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국 사회를 둘러싼 갈등 가운데 가장 첨예한 `계층간 갈등`을 해소할 실마리를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느낀 점은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진 제도라해도 치밀한 실행 계획이 생략된다면 이는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는 천덕꾸러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당일 현장에서 혼란을 가중시킨 가장 큰 요인은 홍보 부족. 공지가 제대로 안돼 소비자들이 헛걸음한 경우가 많았다. 종일 비가 내린 가운데 적지않은 소비자들이 우산을 받쳐 들고 대형마트를 찾았다. 한 소비자는 "전통시장 활성화 취지는 공감하지만 소비자로서 느끼는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푸념했다. 대형마트 휴무에 따른 전통시장의 고객 유입 효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을 강제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자연히 이동할 줄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사전에 준비를 마친 일부 전통시장의 경우 고객 유입이 소폭 늘었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의무휴업 전날 대형마트를 찾거나 백화점 식품관으로 몰렸다.

전통시장의 미숙한 대응도 아쉬운 대목이다. 휴무에 들어간 대형마트 주변에 있던 일부 전통시장들은 문을 열지 않았다.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이 문을 닫는 정기휴일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한 주부는 "갑자기 손님이 찾아와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은데 근처 전통시장도 문을 닫아버려 어찌할 줄 모르겠다"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좀더 길게 본다면 서비스 부분의 정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가장 큰 보완점으로 주차장 문제를 꼽았다. 성북구에 산다는 한 시민은 "시장에 오면 장바구니를 몇 개씩 들고 가야 하는데 주차장이 없어 차를 가지고 오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 상인도 "전통시장은 날씨에 특히 민감해 비가 많이 내리면 방문하는 손님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불편이 부각된 직후 일부 서울지역 구의회에서 조례안 통과가 부결되기도 했다.

영세상인 보호로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당초 의도대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려면 보다 치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을 일순간 높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왕 도입한 제도, 제대로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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