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사이클에도…낸드플래시 출하는 감소, 왜?

2Q 삼성·SK D램 비트그로스 오를 때 낸드는 감소
“서버 SSD 잘 팔리지만 소비자 제품은 판매 부진”
“온디바이스AI 맞춰 금리 인하 받쳐줘야 낸드 회복”
  • 등록 2024-08-11 오후 2:52:39

    수정 2024-08-11 오후 7:12:15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인공지능(AI) 효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시작했지만 메모리 기업들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D램과 달리 증가하지 않고 있다. 데이터센터 외에 스마트폰이나 PC 등 소비자향 제품에선 낸드 수요가 여전히 약하기 때문이다. 온디바이스AI 기기 출시에 따른 교체수요 발생과 더불어 소비를 진작시킬 대내외 경제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전체적인 낸드 업황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칩. (사진=AFP)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모두 2분기 낸드 생산 증가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낸드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앞선 1분기와 비교해 한자릿수 중반 수준(4~6%) 감소했다. 2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 비트그로스도 전분기 대비 한자릿수 초반(1~3%) 하락했다.

비트그로스는 메모리 반도체의 전체 성장률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메모리 용량을 정보 최소 단위인 비트(bit) 단위로 환산해 계산하는 개념이다. 예컨대 1분기에 1기가바이트(GB) D램을 팔고 2분기에 2GB D램을 하나 판매하면 수량 기준 성장률은 0%지만 비트그로스는 100%다. 수량을 기준으로 하면 용량이 더 크고 비싼 제품을 팔고도 성장률이 0%인 왜곡이 발생한다. 비트그로스는 이같은 왜곡을 방지하고 판매 개수보다 용량이 중요한 메모리 특성을 반영한다.

낸드와 달리 D램은 2분기 비트그로스가 두 회사 모두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전분기보다 한자릿수 중반(4~6%) 증가했고 SK하이닉스는 20% 초반 뛰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이끌며 D램 비트그로스가 두드러지게 성장했다. 삼성전자도 DDR5와 GDDR 등으로 AI 수요에 대응했다.

낸드 역시 AI 서버용 제품 수요가 발생하고 있으나 스마트폰과 PC 등에서 수요가 아직 잠잠한 탓에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낸드는 제조업체가 5~6곳으로 D램보다 많아 시장 재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낸드 비트그로스가 감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첫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사진=삼성전자)
전문가들은 AI폰과 AI PC 등 온디바이스AI 기기 교체수요가 증가한다면 서버용 외에 다른 응용처에서도 낸드 회복이 빨라질 것으로 봤다. 갤럭시 S24 등 AI 스마트폰과 일부 AI PC가 출시하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온디바이스AI 시장이 열리지는 않은 상태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PC나 스마트폰이 잘 돼야 낸드가 살아난다”며 “AI폰이나 AI PC 같은 온디바이스AI 기기 시대가 열리며 교체수요가 대거 발생한다면 서버용 외에 일반 낸드도 좋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도 “모바일 신제품 출시 같은 새 디바이스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심리를 개선시킬 금리 인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변곡점인데, 시장에선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PC와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 제품은 개인 가처분소득에 영향을 받는다”며 “물가가 떨어지고 금리도 내려가는 등 경제 환경 변화가 와야 개인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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