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17일 보고서에서 “16일 환율은 전일대비 11.6원 오른 1334.8원으로 작년 11월 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며 “환율을 급등시킬 눈에 띄는 대형 악재가 없음에도 환율이 작년 11월초 수준으로 복귀한 데는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은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반등 △147엔까지 급등한 달러·엔 환율 △중국 불안 △삼성전자 4분기 실적 쇼크 등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약화에 따른 국내 리스크 등을 꼽았다.
박 전문위원은 “연초 달러 강세폭이 1%임을 고려하면 연초 이후 3% 이상 상승한 환율을 설명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일본은행(BOJ)의 긴축 정책 전환 기대가 소멸되면서 달러·엔 환율이 130엔대에서 순식간에 147엔까지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엔화 약세가 원화 약세를 상당부분 견인했다”고 밝혔다.
연초 글로벌 증시 중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는 코스피 지수도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 중국 경기 불안에 중화권 증시가 하락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물론 원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에선 중국 인민은행이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으나 이를 동결하면서 중국 증시 반등 기대감이 약화됐고 심리적으로 원화 약세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홍콩지수 등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등도 어느 정도 예상된 리스크이지만 잠재 위험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원화 가치에는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문위원은 “종합하면 환율을 하락시킬 호재가 전무한 가운데 악재가 누적된 것이 환율을 재차 1331.8원까지 반등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작년 10월과 같은 긴축발작에 따른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낮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분기 중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어 “각종 위험자산 선호 관련 지표도 큰 동요가 없음을 감안하면 달러 급반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확산될 여지도 낮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환율이 작년 10월과 같이 135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단기적으로 환율이 추세적으로 하락 전환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환율이 1300~1350원대 등락 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글로벌 자금의 탈중국 현상 가속화 우려와 중국 경기 불안은 궁극적으로 국내 경제 펀더멘털 개선 지연, 원화 약세 심리를 부추길 잠재 위험이기 때문이다. 국내 잠재 신용 이벤트 등과 맞물리며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하이투자증권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