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속에서도 기업 설비 투자 늘어…코로나 이후에 베팅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스탠다드 앤 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를 인용해 올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13%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예상대로라면 2007년(18%) 이후 최대폭이다.
특히 반도체, 소매, 소프트웨어(SW), 운송 등 모든 국가의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공장과 기계 설비 등 생산설비에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 투자 증가세는 공급과 수요 두가지 측면의 원인이 모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는 코로나19로 공급망 불균형을 겪은 기업들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를 여전히 겪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춘 전기차, 배터리, 대체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애나 웡 S&P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봉쇄조치와 원격근무의 수혜를 입은 부문은 전염병으로 인한 수요 급증을 겪으면서 사전 대응해야 한다는 트렌드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
반도체·SW에 투자 집중…유럽서도 기업 투자 증가
재택근무와 이에따른 디지털 전환의 증가로 반도체 수요가 몰리면서 촉발된 공급 부족 사태는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은 4500억달러(약 526조 5000억원)를 들여 향후 10년간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반도체 경색에 직면한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가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포드·혼다자동차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반도체 생산업체인 롬(Rohm)은 2022년 3월에 끝나는 현 연도에 이미 책정된 700억엔(약 7450억원)에 더해 내년 회계연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마쓰모토 이사오 롬 사장은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너무 늦을 것”이라며, 생산기지 분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장비·구조·SW에 대한 사업 지출이 올해 2분기까지 13.4%씩 증가해 1984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장비 투자 증가율을 지난 1년간 평균 14.4%로 2009~2019년 평균 증가율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의 대표 유통기업 월마트는 지난 2월 공급망·자동화·기술 등 분야에 올해 약 140억달러(약 16조38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도의 103억달러에서 30% 가량 늘어난 것이다. 브렛 빅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투자할 때 회사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기후변화 대비하자…전기차·대체에너지에도 투자↑
설비 투자 증대의 또 다른 동력원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각국 정부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청정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블룸버그NEF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태양광, 해상풍력 등 기타 녹색기술과 기업에 1740억달러(약 20조3600억원)가 투자됐다.
중국의 전기 자동차 제조사들은 지난 2분기에 마케팅과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렸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중국 전기차업체 엑스펑의 올해 6월 말 기준 연구개발 인력은 3000명 이상으로 연초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기업들의 투자와 이에 따른 성장의 선순환은 소비 지출이 회복되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소비자 수요가 냉각됨에 따라 설비 투자가 추진력을 잃거나, 대유행이 시기가 지나면 상품 부족이 공급 과잉으로 반전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뉴욕 소재 컨설팅 업체 베인의 매크로 트렌드 그룹의 캐런 해리스 전무는 “장기 투자는 인력 고령화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나 서비스업 자동화 가속화 등의 트렌드에 의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서비스 지향 기업들이 오늘날 노동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