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펀드업계 숙원 풀어줄까

사모투자펀드·자산운용업계와 간담회 개최 의사 밝혀
"부실 자산운용사 구조조정 시점에서 시의적절"
  • 등록 2013-08-28 오전 10:20:00

    수정 2013-08-28 오전 10:20:0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사진)이 펀드업계의 숙원을 풀어줄 수 있을까?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벤처캐피탈 대표들과의 공개세미나를 다녀온 신 위원장은 조만간 사모투자펀드(PEF)와 자산운용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도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다. 성사되면 신 위원장은 펀드업계 대표들과 공식적으로 간담회를 가진 첫번째 금융위원장이 된다.

펀드업계는 신 위원장과의 만남이 업계의 숙원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사모투자펀드는 그동안 투자자별 출자한도를 낮추고 다단계 특수목적회사(SPC)를 거느리는 방식의 투자기법까지도 허용해주길 원해 왔다. 자산운용사들도 펀드슈퍼마켓을 정착시켜 은행 위주의 펀드상품 유통구조를 바꾸고, 장기세제혜택펀드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하기를 바라고 있다.

반대로 금융위도 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사모투자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투자성향이 보수적인 은행이나 보험사, 연기금 등은 검증되지 않은 벤처·창업기업에 투자하길 꺼리지만 펀드업계는 위험을 무릅쓴 배팅도 하고, 운용철학을 바탕으로 가치투자도 하고 있어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가 업계 건의사항을 듣고 사모투자펀드 규제 완화 대책을 수립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기에는 론스타와 뉴브리지캐피탈, 칼라일 등 시중은행을 인수한 외국계 사모투자펀드들이 자금 회수 과정에서 ‘먹튀’ 행위를 벌인다는 부정적 여론이 많았지만, 최근 토종 사모투자펀드들이 크고 작은 부실기업 인수에 나서면서 이미지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26일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그 전에는 코웨이와 아웃도어업체 네파(NEPA)도 인수했다. 번화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토종 커피 전문점 할리스커피도 국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퀴티가 지분 60%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들은 이미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시장의 큰 손으로 올라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부실 자산운용사 구조조정을 앞둔 시점임을 감안하면 펀드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갖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근 6개월 동안 영업을 하지 않거나 일임 재산을 운용하지 않고 이름만 유지하는 자산운용사들은 퇴출 대상이 된다.

금융위는 금감원과 함께 영업을 하지 않는데도 자산운용업 라이선스만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을 적발, 현행 법규대로 등록을 취소시켜 시장 내 진입과 퇴출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규정상 한번 등록이 취소되면 앞으로 5년간 라이선스를 다시 얻기는 어려워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산운용업계가 활성화되려면 업계 스스로 진입과 퇴출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무늬만 자산운용사인 곳은 시장에서 나가고 활력있는 새 운용사가 진입해 서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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