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는 이런 필요에 안성맞춤이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앉아서 고스란히 챙기는 불로소득의 화신, 그래서 배 아파하고 미워하기 딱 좋은 대상이었다.
2005년 8.31대책 두달 전, 아파트 36채를 보유한 무속인 등 투기혐의자에 대해 전격적으로 세무조사를 단행한 것은 이같은 사실을 보여준다. 이 무속인은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한달만에 10채를 매각한다.
참여정부는 다주택자를 잡으면 집값도 하락하고 수급불균형도 해소될 것으로 봤다. 다주택자들이 중과세를 못이겨 집을 내놓으면 새 집을 짓지 않아도 공급효과를 볼 수 있으며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들어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주택공급이 급감하자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시선은 `냉소에서 미소로` 바뀌고 있다. 다주택자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집을 사줘야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고, 이들이 임대를 놔야 전세난을 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택통인 권도엽 국토부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를 주택정책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로 삼겠다는 것을 공표한 셈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는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 다주택자는 임대주택 사업자로 변신하지 않는 한 주택을 보유해야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런 이유로 다주택자 정책은 임대주택 사업자 정책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이들이 적정 임대료의 임대주택을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민간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 20%를 공익임대로 전환하는 `공익임대사업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대료 차액을 보존해 주는 방식으로 민간임대를 공공임대로 활용하겠다는 묘책인 셈이다. 다주택자 활용법, 이제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