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경제교과서`, 펀드 설명 오류투성이

  • 등록 2007-06-14 오전 10:02:18

    수정 2007-06-14 오전 10:02:18

[이데일리 유동주기자] 전경련이 교육부와 공동으로 만들어 배포중인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내용중 `펀드`관련 부분의 내용이 부실할 뿐 아니라 오류가 많아 빈축을 사고 있다.

전문용어의 정의 자체가 잘못됐거나 폐지된 과거 증권투자신탁업법상 개념으로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용어가 버젓히 쓰이고 있다. `차세대`가 아니라 `구세대` 교과서 냄새를 풍긴다.

◇`투자신탁회사`가 펀드운용?

이 교과서는 `수익증권`에 대한 개념설명에서 "투자자가 `투자신탁회사`에 자금을 맡기고(신탁하고) 신탁 회사가 이 자금을 운영하여 발생한 이익에 대해 이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권리를 표시한 유가 증권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우선 정의에 쓰인 용어 중 `투자신탁회사`는 틀린 말이다. 이는 폐지된 증권투자신탁업법 상의 용어다. 현재는 이를 대신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2003년10월제정;이하 간투법)에서 `자산운용회사`란 용어로 쓰고 있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투자신탁회사는 투자증권과 투자신탁운용으로 분리됐고 간투법제정 후엔 쓰지 않는 말"이라고 말했다.

`투자신탁회사`와 현 `자산운용회사`는 그 기능과 역할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투자신탁회사`는 지점을 두고 다른 회사의 펀드도 팔면서 현재의 판매사와 운용사 업무를 같이 했다. 그러나 현 `자산운용회사`는 자사의 상품만 본점에서 일부 판매할 수 있어 판매업무는 제한적으로 허용돼 있다. 이는 운용사의 겸업을 제한하는 간투법의 취지에 따른 것이다.

◇ `PEF`가 뮤추얼펀드 설립?

교과서에는 `뮤추얼펀드(투자회사)`에 대한 설명에서도 오류가 있다.

▲ `차세대 경제교과서` 220페이지에 실린 펀드 투자 흐름도. `투자신탁회사`라는 지금은 없어진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뮤추얼펀드는 투자전문회사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투자회사를 설립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한 후 그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나누어 주는 형태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중 `투자전문회사`는 현재 간투법에서 PEF(Private Equity Fund:사모투자전문회사)를 지칭하는 용어다.

`투자전문회사`는 간투법 상 PEF의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뮤추얼펀드 설명을 `투자전문회사`라는 용어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과서에서는 `투자전문회사`를 일반적인 의미의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라는 의미로 쓴 것으로 보이나 `투자전문회사`가 엄연히 별도의 의미가 있는 법적 용어인 만큼 피했어야 마땅하다.

또 "OO증권사와 같은 투자전문회사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무궁화 주식형 5 호’라는 주식 회사를 만들고"라며 사례를 들어 증권사가 뮤추얼펀드를 만드는 회사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으나, 실제 뮤추얼펀드는 대부분 운용사에서 만들어 판매사를 통해 판매된다.

김남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에서 펀드를 만드는 것으로 오해를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한 쪽에 불과한 펀드관련 내용이 이처럼 부실한 것은 교과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게 한다. 특히 펀드관련 전문가라면 한 번만 읽어도 쉽게 오류를 찾을 수 있을만큼 초보적인 실수여서 무성의하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적어도 경제교과서라면 용어와 사례를 정확히 표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차세대경제교과서는 공동개발자인 교육부가 전교조 등의 반발로 인해 배포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신청을 한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전경련이 배포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보조교재로 이미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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