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률 하락이 美 경제 최대 위협" - FT

가처분 소득 1%도 저축 안 해..부동산 버블에도 한몫

  • 등록 2005-06-23 오전 10:17:42

    수정 2005-06-23 오전 10:17:42

[edaily 하정민기자] "제발 저축 좀 해. 미국 경제가 살 길은 그것 뿐이야" 미국 경제의 위기 원인은 다름아닌 저축률 급감에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잇단 감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저축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막대한 수준에 다다른 경상적자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부동산 버블까지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74년 이후 무려 20번이 넘는 감세 조치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저축률은 10%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다. 현재 미국인들은 100달러의 가처분소득 중 불과 40센트만을 저금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9월 저축률 제고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저축률을 끌어올리기 힘들 것이란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이같은 저축률 급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FT는 부동산과 주식을 중심으로 한 미국인들의 자본 이득(capital gain) 급증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 2년건 미국 가계의 부는 무려 9조4000억달러가 증가해 현재 48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현재 미국 가계의 순수 부(富) 상승률은 550%로 1952년 이후 평균인 478%보다 훨씬 높다. 사정이 이러니 미국인들이 저축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법하다. 그러나 자본 이익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인들은 과거의 자본 이득이 미래의 자본 손실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간과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 주택가격은 주택시장이 호황을 나타냈던 지난 1970~1980년대보다 더 고평가 상태"라고 지적했다. FT는 미국의 저축률이 역사적 평균인 7.4%를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그 충격파는 엄청날 전망이다. 집값 상승이 멈추면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감소하고 이는 부동산 시장을 또다시 냉각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현재 저축률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면 향후 3년 동안 1%의 소비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저축률 하락이 경상적자를 심화시킨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원천적으로 국내 저축이 국내 투자를 하회함에 따라 발생한다. 저축률은 1%도 안 되는 반면 IT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는 날로 증가하고 있어 저축-투자 갭이 좁혀질 여지가 거의 없다. 경상적자 확대가 달러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고조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FT는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 정치권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은 세금을 줄여주면 저축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부의 바램과는 반대로 감세가 오히려 저축률을 더 떨어뜨린다는 것. 지난 30년간의 경험이 말해주듯 세금이 줄면 미국인들은 저축을 하지 않고 비과세 투자상품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할 것이란 설명이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어번 인스티튜트의 유진 스튜릴 애널리스트는 "지금 미국 경제에 필요한 정책은 저축을 독려하는 정책이지 감세 조치가 아니다"라며 "예금에 대한 대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세 정책은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만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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