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충당금 늘었는데..맞는 거야?

워싱턴 가는데 2800~5800원 적립
"고무줄 회계"‥적정성 논란 불가피
  • 등록 2004-08-23 오전 10:35:00

    수정 2004-08-23 오전 10:35:00

[edaily 김병수기자] 회계상 충당금 적립은 종종 논란에 휩싸인다. 미래의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정성 여부가 항상 골치다. 이 문제가 더욱 민감해지는 것은 충당금에 따라 그 만큼 회사의 이익이 축소되거나 부풀려져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항공사들이 마일리지에 대한 충당금을 대폭 추가 적립하자 다시 논란에 일고 있다. 적립된 총 마일리지에 비해선 턱없이 모자란 것 같기도 하고, 항공사 마일리지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합리적인 것 같기도 한데, 항공사들은 해당 자료를 `대외비`로 꽁꽁 묶고 있어 이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 마일리지 사용 증가‥충당금 적립도 `Up` 항공사의 마일리지 충당금이 늘어나는 것은 무엇보다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충당금 적립 기준은 기본적으로 마일리지의 사용 통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은 잔여 마일리지에 원가를 감안해서 산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항공사들의 충당금이 증가했다는 것은 원료비 등의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증가와 함께 마일리지 사용고객이 늘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후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아시아나의 2003년말 충당금은 172억원. 2002년말 115억원에 비해 50% 가까이 늘었다. 유가가 변동이 크지 않았던 2003년에 아시아나의 충당금이 이 처럼 증가한 것은 강력한 마일리지 소진 정책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당시 마일리지를 활용한 이벤트가 많았다"고 말했다. 각종 부대 서비스를 받으면서 이를 마일리지에서 까들어가는 방식이다. 이 같은 행사가 대폭 마무리되자 올해 아시아나의 충당금(186억원)은 전년도에 비해 8%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한항공은 올해도 30% 이상 충당금이 증가했다. 상반기말 현재 1003억원으로 전년말 773억원에 비해 30%, 지난해에는 2002년말 563억원에 비해 37%나 증가했다. 지난해엔 아시아나와의 경쟁에 따라 비슷한 마케팅 정책이 추진됐기 때문이고, 올해는 `좌석승급`에 대한 수요를 추가로 충당금 설정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 동안 충당금 설정 대상에는 무상티켓을 발급받는 경우만 포함됐다"면서 "올해부터는 좌석승급을 받는 고객들도 충당금 설정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좌석승급은 이코노미 좌석을 구입하고 마일리지를 공제해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제도다. 좌석승급제도는 예년부터 있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 1마일당 충당금, 대한항공 84전·아시아나 41전 대한항공은 "현재 약 1200억 마일의 마일리지가 제공됐다"고 밝히고 있다. 아시아나는 약 450억 마일이다. 이 제공된 총 마일을 기준으로 충당금 내용을 보면, 대한항공은 1마일당 84전, 아시아나는 41전을 적립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김포-제주간 거리가 280마일인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은 235원, 아시아나는 115원의 충당금을 적립한 셈. 현재 가장 긴 노선중 하나인 인천-워싱턴간 거리는 6947마일. 이에 대한 충당금은 대한항공이 5835원, 아시아나는 2848원이다. 항공사들의 충당금은 대폭 늘었지만 이 같은 거리당 충당금을 보면 다소 의아스럽다. 한마디로 충당금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사용행태에 대한 자료공개를 하지 않는 이상 판단의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항공사 마일리지의 경우 일정 거리가 확보돼야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휴면 마일리지 또는 사실상 사용불가 마일리지가 적지 않다. 또 좌석승급을 비롯해 수시로 작용되는 마케팅에 의해서도 사용이 들쭉날쭉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내년 마일리지 혜택 변경·축소, 그러나… 충당금의 적성성 여부를 떠나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내년 3월, 아시아나는 내년 6월 마일리지 혜택 변경·축소를 예고하고 있어 가능한 마일리지를 당겨 써야할 유인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항공사들도 마케팅 차원에서 `좌석승급`을 비롯해 가족합산 제도를 운영하는 등 마일리지 사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마일리지 혜택 축소 분쟁도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마일리지의 조기 사용을 유도해 내년 혜택 축소시 고객들의 반발을 줄여야 할 처지다. 따라서 최소한 내년 마일리지 혜택 축소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이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되고, 그 만큼 항공사들의 충당금 부담요인도 따라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충당금 부담 요인이 증가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애초부터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 힘든 구조여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번 좌석승급에 대한 충당금 대상 포함도 같은 맥락이다. 승급제도가 올해 새로 생긴 것이 아닌데 올해부터 충당금을 설정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또한 국내 양 항공사의 마일리지 충당금 설정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뒤집어 보면, 그 만큼 회사의 이익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구조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혼란`일 수밖에 없다. 한편, 대한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충당금의 대폭 증가에 대해 "무엇보다 회사가 충당금을 더 쌓아 중장기적으로 건전성을 높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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