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남자기가 맛김을 만들어?"

주총시즌 맞아 신규사업 추가 봇물
  • 등록 2004-02-23 오전 10:10:10

    수정 2004-02-23 오전 10:10:10

[edaily 이진우기자] "도자기 회사가 맛김을 만들고 스마트카드 회사가 납골당 사업을 한다. PC회사는 창고업을 하고 전화기 회사가 보험대리점을 연다" 주총 시즌을 맞아 "사업목적변경"이라는 제목을 단 공시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주력사업과 전혀 다른 생소한 "부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겠다는 회사들이 많아 눈길을 끈다. 행남자기(008800)는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식품(맛김외 기타)제조 및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도자기 회사가 엉뚱하게 맛김사업을 하겠다는 점이 이색적. 회사 관계자는 "부산 공장부지의 일부 여유공간을 활용해서 맛김 제조를 하기로 했다"며 "제품은 대부분 풀무원에 납품하기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제과점 사업에 1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로 했다. 실크원단과 패션소품을 판매하는 신성무역(003990)도 18일 공시를 통해 부동산투자와 분양대행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자회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창동역사를 올해 시공할 예정이어서 관련 사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스마트카드 제조업체인 에이엠에스(044770)는 추모공원 건립과 식음료제조, 상품권 발행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불교 태고종 녹색장묘 문화개발원 이사인 지병규씨가 경영권을 인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사업으로 추모공원사업을 추가한 배경을 짐작할만하다. PC제조업체인 제이씨현(033320)이 창고업을 하겠다고 18일 공시한 것도 유휴자산을 활용한 부업 차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용산 사옥에 있는 창고를 경기도로 확장 이전하면서 남는 공간을 다른 업체의 물류창고로 임대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화기 판매업과 쇼핑몰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아이즈비전(031310)은 "보험대리점업"을 새로운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겠다고 18일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터넷쇼핑몰이나 카달로그 발송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것"이라며 "규정에 따르면 보험대리점업을 하기위해서는 설계사 자격증을 가진 직원들도 일정인원 이상 필요해서 지난해 일부 직원들이 시험을 치러 설계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화학제품 생산업체인 케이씨아이(KCI(036670))도 "농작물재배 및 가공판매업"을 새로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케이씨아이가 재배하기로 한 농산물은 유채기름을 생산하기 위한 유채꽃.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유채기름에서 계면활성제를 만드는 일련의 공정 가운데 최종 제품 제조부분만 주력했으나 내년부터는 유채꽃을 재배해서 기름을 짜고 지방산과 3급아민을 만드는 과정 모두를 할 계획"이라며 "일부 유채씨나 기름, 산출물을 판매해서 매출을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택배업체로 알려진 한진(002320)도 올해부터 자사의 인터넷쇼핑몰에서 포도주 등 주류을 팔기로 하고 주류도매업을 정관에 추가할 예정이다. 석회류 제품을 생산하는 백광소재(014580)도 운송업을 추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의 유통과 수송을 외부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자체적으로 인프라를 갖춰 소화하고 다른 업체의 운송도 대행해줄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 "운송업"을 정관에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관에 새로운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이유는 정관에 없는 사업에서 이익이나 비용이 발생할 경우 납세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주총시즌이 되면 다음 회계년도에 해보려고 생각중인 여러 사업들을 정관에 추가하는 회사들이 많다. 최근 이같은 사업목적 추가 공시가 쏟아지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동안 사업목적에 넣어뒀다가 실제로 사업을 하지 않아 삭제하는 경우도 많다. 이 역시 주총 결의사항이어서 주총시즌에 맞춰 "추억의 옛 사업"을 정관에서 빼곤 한다. 국내 최대의 제약회사인 유한양행(000100)도 한때 건어물과 문구류를 팔았던 적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70년대 초에 제약사업과 함께 영위하던 수산물가공판매업을 이번 주총을 통해 정관에서 삭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강회사인 INI스틸도 2000년 초 강원산업과 합병하면서 정관에 포함된 연탄제조 및 판매업을 이번 주총을 통해 정관에서 삭제할 예정이다. 코스닥 등록업체의 한 IR담당자는 "사업목적을 정관에 추가하기 위해서는 주총 결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새로 시작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은 1년에 한 번 있는 정기주총 안건으로 올려서 사업목적에 추가해놓는 경우가 많다"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어서 외부로 밝히지는 않지만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되는 사업들을 유심히 보면 회사가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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