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면 잠기는 잠수교, 왜 그렇게 지었나[궁즉답]

한강수위 5.5m 사람, 6.2m 차량 통행금지…6.5m면 잠수
팔당댐 방류량·서해 조수간만 차이, 수위 영향
일부러 낮게 지어 수해 경각심, 군사 목적 '안보교' 별칭
차량 영구 통제하고 보행전용교로 탈바꿈 개통 50년 만
  • 등록 2024-07-26 오전 9:21:17

    수정 2024-07-26 오전 9: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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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차량 통행이 통제된 서울 잠수교가 물에 잠겨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A. 서울 서초구 반포동(남단)과 용산구 서빙고동(북단)을 잇는 잠수교는 한강 수위에 따라 통행 여부가 결정됩니다. 한강 수위가 5.5m에 도달하면 사람, 6.2m로 차오르면 차량 통행이 통제됩니다. 다리가 완전히 잠기는 수위는 6.5m이지만 수위가 오르는 시간과 다리를 빠져나가는 시간을 고려해 통제 기준을 넉넉하게 잡았습니다.

한강 수위에 영향을 주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결정적으로 팔당댐 방류량과 연관이 있습니다. 한강 수위는 유속에 비례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팔당댐 방류량이 많아지면 유속이 빨라집니다. 팔당댐에서 시작한 강물이 한강대교까지 거리(36.3km)를 흐르는 데 드는 시간은 초당 방류량 1000㎥가 7.5시간, 2000㎥는 6.6시간, 3000㎥는 6.1시간, 5500㎥는 5.3시간입니다.

통상 팔당댐 초당 방류량이 4000㎥ 이상이면 한강 수위가 차오른다고 합니다. 잠수교가 1976년 7월15일 준공 이후 처음 잠수한 시기는 28일 만인 그해 8월13일인데, 당시 팔당댐 방류량은 초당 4500㎥였습니다. 최근 잠수교 차량 통행이 통제된 날을 보더라도 비슷합니다. 25일 정오 기준으로 올해 7월 18일(6226㎥)·23일(3257㎥)·24일(4149㎥) 등 3차례 잠수교 차량 통행이 금지됐습니다. 실제로 2차례는 당일 평균 초당 팔당댐 방류량이 4000㎥를 넘었습니다. 다만 1차례는 미만이었습니다.

한강 수위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팔당댐 방류량이 유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주요 변수는 서해의 조석 차이가 꼽힙니다. 한강이 흘러드는 서해는 조수간만 차이가 큰 편입니다. 밀물 때는 한강 수위가 오르는 경향이 있고, 영향은 잠수교보다 더 상류에 있는 영동대교까지 미칩니다. 2010년 4월 한국방재학회논문집을 보면, 연구진은 대조(보름이나 그믐으로 조차가 커지는 시기) 때가 소조(하현이나 상현으로 조차가 작은 시기) 때보다 한강수위가 오르는 시간이 짧은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렇다면 왜 불편하게 잠수 구조로 지은 걸까요. 처음부터 다리를 띄워서 지었으면 수위 때문에 다리를 통제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러 이렇게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홍수 대비 목적이 큽니다. 한강 수위가 얼마인지 설명하는 것보다 잠수교가 통제됐는지가 직관적으로 일반에 수해 위험성을 알려줍니다. 아울러 잠수교가 잠기면 한강 유속이 느려져서 실제로 수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군사 목적도 있습니다. 잠수교는 1976년 7월 개통할 당시 ‘안보교’로 불렸습니다. 유사시 기갑부대(전차·장갑차 등)가 빠르게 한강을 건널 수 있도록 교량의 높이를 낮춰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2층에 지은 반포대교(1982년 6월 완공) 덕분에 잠수교는 위성이나 정찰기와 같은 상공 감시를 피할 수 있습니다.

여하튼 다리 본연의 기능은 통행일 것입니다. 잠수교 하루 차량 통행량은 지난해 2만2000여대로 서울 한강 교량 21개 가운데 제일 적습니다. 개통 초기 가장 교통 체증이 심한 다리라는 악명을 썼지만 이후 교량이 추가로 생긴 결과 교통량이 분산한 결과입니다.

현재 서울시는 잠수교를 보행 전용교로 바꾸려고 합니다. 이르면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6년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할 계획입니다. 잠수교가 잠수하지 않았는데도 차량 통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은 개통한 지 50년 만에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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