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에 여성 없는 기업 '절반'…3월 주총 앞두고 구인난

“2조원 이상 상장사 이사회 특별 성별로 채울 수 없어”
패널티 없지만, 공시부담 등으로 여성 이사 늘릴 전망
  • 등록 2022-01-18 오전 9:34:46

    수정 2022-01-18 오후 9:20:47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 절반이 이사회에 여성이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업들이 여성 이사 모시기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텍스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 167개 기업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등기임원 중 여성이 없는 기업은 77개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116개와 비교하면 줄었지만, 대상 기업 절반 이하(46%)가 개정 자본시장법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대상 기업들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여성 이사 구하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월부터 적용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 채울 수 없다. 이사회 구성이 남성에 치우친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개정법은 여성 등기임원의 고용을 늘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법을 어겼을 때 별도의 페널티는 없지만 공시 부담 등으로 여성 이사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다른 법과 달리 법을 어겼을 때 직접적인 페널티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공시를 해야 하는 부담 등이 있어 기업들이 여성 이사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자본시장법 개정 영향으로 여성 등기 임원이 1명 이상인 기업 수는 2년 새 51개에서 90개로 늘어났고, 여성 등기임원은 59명에서 72.9% 늘어난 102명이 됐다. 다만 기업 내 영향력이 높은 사내이사는 4명 증가하는 데 그치고 비율도 전체의 1.8%인 9명에 불과하다. 전체 여성 등기임원의 91.2%인 93명은 사외이사였다.

여성 사내이사가 있는 기업은 네이버, CJ제일제당, 호텔신라, 삼성SDI, 대상, 넷마블, 롯데칠성음료, 금호타이어, 대신증권 등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임상민 대상 전무,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이 총수일가이고 넷마블의 피아오얀리 텐센트 부사장과 금호타이어의 장쥔화 더블스타그룹 대표이사는 외국인이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에 1명 이상의 여성이 있는 기업은 롯데칠성음료가 유일했다. 이 회사는 송효진 상무보가 사내이사, 조현옥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의 출신은 학계가 42명(45.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관료 출신 17명(18.5%), 재계 출신 16명(17.4%) 등의 순이었다. 남성 사외이사의 출신이 관료 36.9%, 학계 35.7%, 재계 25% 등인 것과 비교하면 여성 사외이사는 관료 출신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는 고위직 관료 출신 중 여성의 비중이 작기 때문이라고 리더스인덱스는 분석했다.

카카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KB금융, 에쓰오일(S-Oil), 제주은행, OCI 등 10개 기업은 여성 사외이사가 2명 이상이다.

여성 사외이사 중 1980년대 이후 출생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8명이고, 최연소는 카카오 사외이사인 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조교수(1990년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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