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줄기세포 치료제가 인공관절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연간 6000억원에 이르는 퇴행성관절염 수술시장에서 줄기세포 치료제가 인공관절의 확실한 대항마로 자리잡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의 절대강자는 국내 바이오 강소기업인 메디포스트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5월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인 ‘카티스템’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타가(他家) 줄기세포’ 치료제로 첫 연구부터 허가까지 11년이 걸렸다.
카티스템은 출시 후 1000건 돌파까지는 22개월(2014년 3월)이 걸렸지만 2000건 돌파는 11개월(2015년 2월)만에, 3000건 돌파는 불과 10개월(2015년 12월)만에 이뤄냈다. 4000건 돌파는 더 짧아져 7개월 만인 올해 7월에 달성했다.이 추세라면 2년 뒤에는 누적환자 수가 1만명을 돌파한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1년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 수(약 6만명)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적다”며 “하지만 월평균 투여 건수가 초창기 50건 미만에서 현재는 150건 정도로 큰 폭으로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카티스템은 인공관절과 치료법이 전혀 다르다. 인공관절은 수명이 15~20년 정도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기존 인공관절을 빼고 새 인공관절을 넣는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를 피하기위해 최대한 늦게 수술을 받아야 한다. 40~50대 젊은 환자는 인공관절 이식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비교적 젊은 65세 미만 환자 수(197만명)가 65세 이상 환자(173만명)보다 많고 증가세도 더 가파르다는 것. 송준섭 서울JS병원장은 “과거에는 젊은 환자는 진통제를 쓰면서 최대한 조심하는 것밖에 뾰족한 해법이 없었다”며 “하지만 카티스템으로 연골을 다시 자라게 하면 건강할 때의 연골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어 비교적 젊은 환자들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카티스템은 무릎을 째고 손상된 연골조직에 5㎜ 안팎 작은 구멍을 수십개 낸 뒤 모를 심듯 약을 구멍에 채워 넣은 후 무릎을 덮는다. 3개월 정도 지나면 약 성분이 연골조직으로 자라기 시작한다. 연골이 1㎜도 남지 않은 사람이 카티스템을 이식한 뒤 1년 정도 지나면 연골이 정상 상태인 5~7㎜가 된다. 송 원장은 “건강한 청년 무릎과 같이 연골의 밀도가 촘촘해진다”고 말했다. 2년 전 인공관절 대신 카티스템을 선택한 민모(77·서울 서초구)씨는 “인공관절 수술은 회복할 때 너무 아프고 아무리 수술이 잘돼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지금은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고 움직임도 자유로워 주변에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카티스템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 송준섭 JS병원장이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무릎수술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서울JS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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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초 카티스템 수술을 받은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수술 3개월 후부터 다시 골프를 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13년만에 스쿼시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티스템 수술은 허가를 받은 지 5년밖에 되지 않아 인공관절과 비교할만한 연구결과는 드물다. 하지만 카티스템과 미세천공술(손상된 연골 부위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주변 정상 연골조직이 이를 메우는 치료법)을 5년 동안 장기추적했더니 무릎의 기능성, 활동성, 골관절염, 통증 등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비싼 비용은 카티스템이 넘어야 할 과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 800만~1000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인공관절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개인 부담이 200만~300만원 수준.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인공관절 수술도 전체 의료비는 800만~1000만원으로 카티스템 수술과 비슷하다”며 “카티스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인공관절 수술과 비용 차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포스트는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준비 작업인 경제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성 평가 결과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건강보험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아직 해외에서 허가를 받지 못해 해외 환자는 히딩크 감독과 같이 국내에 들어와 수술을 받아야 한다. 송 원장은 “기후, 생활습관, 종교적인 이유로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많은 중동지역 환자들의 문의가 많고 최근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도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포스트는 본격적 해외진출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거나 추진 중이다.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2500만명이 넘는 미국에서는 2011년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시카고 러시대학교병원과 하버드대 브리엄여성병원에서 12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초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있다. 현재 주입이 모두 끝나고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미국 정형외과 분야 최고 권위의 병원 2곳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담당 의사와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인도와는 공급계약이 체결돼 있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임상시험을 준비 중하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허가 전 인증처방제도를 통해 제한적으로 환자에게 쓰고 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대한 빨리 선보여 카티스템을 메디포스트의 성장 동력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