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실적은 좋고 국내외 거시경제지표도 견조한 모양새다. 우려했던 미국 CIT그룹 문제도 잘 풀리고 있다. 어디 하나 악재가 없어 보일 정도다.
그러나 약간만 시각을 바꿔보면 호재 속에 잠재 악재가 내포돼 있기도 하다. 시장의 방향성이야 장담할 수 없지만,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이런 걸림돌들은 반드시 짚고 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많이 올랐다는 게 가장 큰 악재`
무엇보다 지수 자체가 단기간에 많이 올랐다는 것이 가장 큰 악재일 수 있겠다. 많이 올랐다는 건 그만큼 나올 수 있는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과 닷새전만해도 코스피지수는 1378선에 머물러 있었는데 어느새 지수는 1480선을 훌쩍 넘어섰다. 일주일새 100포인트 이상 뛰어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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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간은 코스피지수가 2007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형성한 가장 두터운 매물대다.
특히 이 기간중 시세를 주도했던 전기전자업종지수는 12%나 치솟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은 이미 지난 2006년과 같은 수준의 외국인 보유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시점까지 왔다"며 "미국과 유럽 등 주요증시도 박스권 상단에 도달해 조정이 예상된다는 점이 이런 전망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랠리를 이끄는 가장 직접적인 동력인 기업 실적 역시 다시 한 번 짚고 가야할 필요가 있겠다. 정작 아직까지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거의 공개되지도 않았고 이는 지금까지 상승은 철저하게 기대감에 의한 것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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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제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실망감이 터져 나올 수도 있고, `뉴스에 팔자`는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
22일 LG전자, 24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실적이 나오는데, 이 시기에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또한 과거지사인 2분기 실적 기대가 어느정도 반영되고나면 이제는 3분기부터의 미래 실적을 걱정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적 모멘텀 둔화가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 보인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은 3분기에 가서야 정점을 찍겠지만, 전분기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이미 2분기에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이익 모멘텀은 이미 꺾였다는 얘기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이미 올랐는데 경기와 기업이익에서 상반기 같은 모멘텀이 형성될지 미지수"라며 "매크로 충격을 벗어나는 과정에 있던 올해 상반기는 경기개선 기대로도 주가가 오를 수 있었지만, 지수가 급등한 하반기에는 회복속도 확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美금융위기 끝? 아니, 진행형`
기업 실적과 함께 주가 상승에 힘을 실어준 것은 다름 아닌 미국 CIT그룹의 처리 문제였는데, 이 또한 마무리된 것으로 볼 수 없다.
CIT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즉시 수혈받게 되면서 고비를 넘겼다. 당초 파산에 대한 우려가 컸던 만큼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은 분명히 시장에 호재가 될 만하다.
그러나 지난 리만브러더스 사태에서도 확인했듯이 현대 금융시장에서의 리스크 확산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부실의 핵심이었던 금융과 자동차업종의 위기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미국정부의 은행권 부실 해소 프로그램인 민관합동투자 프로그램(PPIP)은 전처럼 추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민간의 고용이나 주택경기 등은 여전히 어렵다.
`외국인·프로그램 계속 사줄까?`
마지막으로 시장내부 수급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수세가 얼마나 더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 보인다.
외국인의 경우 일단 길게 보면 한국 주식을 더 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과 작년 2년간 한국에서 팔아치운 주식이 75조원이나 되는 만큼 올들어 13조원의 순매수로 만족하긴 어렵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서서히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될 여지가 있다. 1주일새 1조7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순매수를 보인데다 올들어 달러-원환율 1230원 부근에서는 매수세가 급격히 둔화됐다는 경험칙으로 볼 때도 그렇다.
또 하나, 프로그램 매수세인데 이론적으로야 3조원 가까운 매수여력이 있다곤 하지만 이는 더더욱 변덕스럽기가 그지 없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뿐 아니라 개인이나 기관들의 선물 매매동향에 따라 시장베이시스가 워낙 급변동하고 있는데다 연기금 등이 비차익매도도 상승 때마다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