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시장이슈)③채권시장에 채권이 없다

국채·통안채 빼면 순상환..내년에도 지속될 듯
투신, 채권시장 `큰손`..올해 MMF 등에 43조 순유입
은행·보험, 대출부진으로 채권에 `솔깃`

  • 등록 2004-12-27 오전 10:40:04

    수정 2004-12-27 오전 10:40:04

[edaily 이학선기자]"지금 곳간을 비우면 다시 채우기 어렵습니다. 가만있어도 값이 오 르니 서로 물건을 안내놓고 그러다보니 채권 구하기는 더 힘들어지 고 있습니다." 2004년 채권값 급등의 이면에는 채권 품귀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기 업들이 설비투자 대신 빚갚는 데 열을 올리면서 회사채 발행이 뚝 끊긴 데다, 금융시장에 넘쳐나는 돈은 눈에 띄는 채권마다 날름 집 어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BBB등급인 비우량 회사채까지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회 사채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국고채 대비 비우량채 신용스프레드는 지 난 13일 4.54%포인트로 1년전에 비해 0.59%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우량채인 AA-등급 회사채 하락폭 0.32%포인트의 두 배 가량이 다. 연간 1000억원 이 상을 채권에 투자하는 기업 자금운용담당자는 "G사나 A사 등 BBB급 회사채는 채권평가사 등급별 수익률 대비 1.50%포인트나 낮게 발행 되고 있다"면서 "신용위험을 완전히 무시한 일이지만, 그것 아니면 물건이 없어 채권을 사려고 서로 덤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나 한국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제외하면 전체 채권은 순 상환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채권 순발행액은 65조2530 억으로 국채와 통안채가 75조7500원 순발행된 반면, 회사채와 금융 채 특수채 등 민간부문 채권은 10조4970억원이 순상환됐다. 무위험 자산인 국채와 통안채를 제외하면 `채권의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닌 셈. ◇ 투신·은행·보험 "채권이 모자라" 국고채나 통안채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순발행 기조를 이어가며 채 권 공급원으로서 숨통을 틔워주고 있지만, 최근 급신장하고 있는 투 신사 수요와 국민연금이나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 수요를 좀처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투신의 경우 은 행에서 빠진 뭉칫돈이 몰리면서 머니마켓펀드(MMF)나 공사채형 펀드 로 올해 약 43조원 가량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여기에 국민연금이나 정보통신부 노동부 등 정부유관기관의 투신사 위탁액이 더해지면서 투신사들은 만기가 긴 채권까지 빨아들이고 있다. 투신사 한 펀드매니저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정통부 노동부 등 정부 유관기관들은 최소 듀레이션(편입채권의 평균만기)을 2년 정도로 정 해 자금운용을 맡긴다"면서 "이 때문에 중장기물 거래가 활발해지는 등 펀드운용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도 저금리에 따른 수신이탈에 시달리면서도 채권 초과수요에 한 몫 했다. 신탁계정을 중심으로 투신사 다음으로 채권을 순매수하 고 있다. 보험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최근 들어 해외채권투자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 자 먹기로 국내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계은행 한 딜 러는 "은행이나 보험사의 경우 대출 아니면 유가증권 투자로 수익을 내야하지만, 운용수단의 한 축인 대출이 부진해지면서 자금을 채권 쪽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 내년에도 공급부족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수요 우위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 다. 회사채 순상환 기조로 만기물량이 감소했고 기업설비투자도 내 년 하반기에나 회복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자금조달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김형기 애널리스트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경기가 회복조 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 는 한 민간부문에서 채권발행이 증가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말했 다. 국고채와 통안채도 공급부족 현상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 다. 기획예산처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국채발행한도는 59조9000억원 이다. 올해보다 3조5000억원 늘어난 규모지만, 발행물량 집중 등 마찰적 요인을 제외하면 수급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통안채의 경우 환율하락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행량이 늘어날 가능성 이 있지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로 발행압력은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증권 공동락 책임연구원은 "단순 수치에서 알 수 있듯 내년 국 채발행 물량은 채권시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통안채도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발행압력은 다소 둔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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