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춘동기자]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내년은 시장개혁 추진원년으로 로드맵에 마련한 각종 정책방안들을 법제화하고 실천에 옮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철규 공정위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공정위는 이미 개별기업의 투명·책임경영 강화,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방안들을 추진일정과 함께 명확히 제시했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아쉽게도 내년으로 이월돼 두 차례에 걸쳐 법개정을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충분히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정부는 시장의 게임규칙을 만들고 지키며, 시장이 실패할 경우 개입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자율로 가능한 견제와 균형시스템을 점차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친애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여러분 !
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길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갑신년은 사주역학적으로 변화의 기운이 넘치는 해라고 합니다. 갑신년의 갑(甲)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신(申)은 잔나비 즉 원숭이의 해를 뜻합니다. 잔나비는 원숭이의 옛말로 ‘날쌔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답니다. 따라서 뜻풀이만으로도 갑신년에서 변화의 기운을 감지하게 됩니다.
사실 ‘모든 것이 변한다’라는 명제만이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삶과 역사가 변화속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는 법칙이 존재합니다. 변화의 법칙 또는 시대정신을 잘 파악하고 이러한 변화 방향에 순응하면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사람과 조직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변화의 종이 되지 말고 변화의 주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올해에도 많은 도전과 발전이 계속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제17대 국회 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모든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지역구도가 해소되고 정책대결이 자리잡는 모습을 보게 되길 희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지난해 하반기이후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경제시스템 개선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는 다양한 집단간의 상충된 이해관계가 사회적 비용이 최소화되는 방식으로 조정되는 메카니즘이 뿌리를 내려 한단계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위원회의 경우 금년은 지난해 정성스럽게 마련한 계획들을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재계, 학계, 시민단체, 관계부처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수립·발표하였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의 구축을 시장개혁의 목표로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돈과 사람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는 경제, 성실히 일한 사람이 일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 건설을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신뢰에 기반을 둔 시장경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견제와 균형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도 점차 시장자율로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입니다. 정부는 시장의 게임규칙을 만들고 지키며,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 개입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별기업 투명·책임경영의 강화,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의 개선, 및 시장경쟁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방안들을 추진일정과 함께 명확히 제시하였습니다.
올해는 시장개혁 추진 원년으로 로드맵에 마련한 각종 정책방안들을 법제화하고 실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출자총액제한제도 졸업기준, 소유지배구조에 관한 공시 확대방안,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폐해 차단방안 등을 법제화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해야 합니다.
선진국형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 촉진방안 등을 담아 지난해 추진한 공정거래법 개정이 아쉽게도 금년으로 이월되어 금년중 2차에 걸쳐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 동안 착실히 준비해 왔기 때문에 충분히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법률상 용인된 카르텔에 해당하는 경쟁제한적 규제를 정비하기 위해 제2차 카르텔일괄정리법의 제정을 추진하는 것도 금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경쟁제한적 규제의 정비에는 규제로 인해 득을 보고 있는 이해집단의 반발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개별 건별로 규제의 득과 실에 대해 이론과 실증 양면에서 철저하게 무장을 하고 규제정비에 반대하는 집단과 사람들을 최대한 설득해 나가는 것도 우리에게 맡겨진 과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일을 잘 할 뿐만 아니라 대화도 잘하는 정부가 변화된 환경이 요구하는 바람직한 정부상일 것입니다.
지난해 실태조사와 관련업체, 전문가 및 관계부처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마련·발표한 「투명하고 공정한 하도급거래기반 구축방안」을 계획대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고용의 86%를 차지하는 등 우리경제의 중추세력이고 중소기업 매출액의 약 절반 정도가 하도급거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소하도급업체의 경쟁력 향상은 실업문제의 해소와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을 위한 관건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중소하도급업체가 경쟁력을 강화하여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의 역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난해 마련한 「투명하고 공정한 하도급거래기반 구축방안」을 차질없이 실행에 옮겨야 할 것입니다.
제조와 건설업에 국한되어 있는 법적용 범위를 용역거래까지 확대하는 등 하도급법령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법령개정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촉진방안 등 관계부처의 법규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관계부처와 협조하여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하도급거래 관련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대기업의 원가상승요인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견제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소비자정책은 금년에 큰 변화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 분야입니다.
금년중 정부혁신위원회에서 부처간 기능조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잘 알다시피 소비자정책과 경쟁정책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양자가 연계될 때 시너지효과가 매우 큰 분야들입니다. 그러나, 현재 소비자보호관련 정책기능이 분산되어 소비자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비자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부처간 기능조정이 이루어지도록 우리 모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기능을 개선·강화하기 위해 표시광고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및 할부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금년중 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선 표시광고법 개정을 통해 다른 법령에 규정된 정보공개사항(표시·광고 의무사항)을 통합고시하는 등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기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분야의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을 개정하여 물품대금 예치구좌(escrow) 개설 또는 소비자보상보험 가입 의무화 등 선불거래에 따른 피해 예방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전자상거래와 같은 신산업분야의 경우 소비자의 신뢰 없이는 산업자체의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소비자피해 예방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다른 정책들도 마찬가지지만 소비자정책 기능조정, 표시광고법 개정,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 등에는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분명합니다. 이론과 실증 양면에서 철저하게 무장하고 최대한 설득노력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추진하려는 정책에 대한 지지기반을 넓혀나가는 것도 필수적인 일입니다.
금년 4.21~22일간 서울에서 세계 공정거래위원장 회의(ICN) 제3차연차총회가 개최됩니다. 잘 알다시피 ICN(International Competition Network)은 경쟁법·제도의 조화·수렴을 추구하는 전세계 공정거래위원장간 협의체로 현재 71개국 81개 경쟁당국이 회원인 경쟁정책 관련 최대규모의 국제회의입니다.
ICN 회의 서울 개최는 우리위원회를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리고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ICN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준비에도 철저를 기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합병심사절차의 국가간 조화 등 ICN의 경쟁정책 국제규범화 논의에 우리나라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데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카르텔, M&A, 수직적 경쟁제한 등 각종 불공정거래, 표시·광고, 약관 심사 등 우리위원회의 일상적인 고유업무의 質을 높여나가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러한 정통적인 경쟁정책 업무 수행에 대해 일부에서는 전문성과 독립성 면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직원들과의 대화시에도 말했듯이 우리 위원회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반면 우리 업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전문조직이 없어 여러분들이 쉽지 않은 환경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외부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중장기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전문성 및 업무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원리를 잘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많은 일을 전부 잘 하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일은 간소화하고 중요한 일에 역량을 집중하는 노력이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요구됩니다.
이제 과거답습 행정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지식정보화·개방화 시대에 걸 맞은 높은 도덕성을 갖춘 전문행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보공개의 확대, 행정참여와 감시의 증대, 행정소송의 증가 등 행정에 대한 견제기능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한편으로는 힘들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도전과 기회는 항상 함께 옵니다. 이러한 변화되는 행정환경을 여러분 개인 및 우리조직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위원회 직원 각자가 개인 및 조직의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고 공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목표가 분명하게 설정되어 있어야 용기있는 실천도 가능한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자신과 조직의 목표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들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서유기에 나오는 원숭이 손오공처럼 강인한 정신, 총명한 머리 그리고 낙천적인 마음으로 모든 난관을 헤쳐 나갑시다. 자신과 희망만 있으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가능할 것입니다. 위원장은 여러분이 아무런 거림낌 없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으로 전진하여 나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에 진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무쪼록 새해에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하면서 신년사에 갈음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 1. 2.
공정거래위원장 강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