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검사에서 폐암의 림프절 전이 징후가 뚜렷하지 않다면 환자 부담이 큰 침습적 검사를 추가로 하지 않더라도 치료 결과에 별다른 영향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폐암 진단 과정에서 환자들이 으레 받던 검사가 간소화 되는데다, 침습적 검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합병증도 원천 차단할 수 있어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김홍관·전영정·김진국교수, 서울대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의 자매지인 ‘이클리니컬메디신(eClinical Medicine)’에 비소세포폐암으로 수술 받은 환자 4,545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폐암이 의심될 때에는 흉부 종격동 림프절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게 일반적인데, 전신 마취 후 흉골 아래로 내시경을 삽입하는 종격동경검사와 기도를 통해 폐 안쪽 림프절을 초음파로 살펴보는 기관지내시경 초음파 검사 등을 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수술 전 검사가 실제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한다면 검사의 복잡성과 위험을 고려하더라도 감수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환자를 위해 재고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환자의 안전과 편익을 우선한 결과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 레지스트리에서 2008년 1월 2일부터 2016년 12월 31일 사이 비소세포폐암을 진단받았으나, 영상검사에서 림프절 전이가 확인되지 않았던 환자들을 모아 수술 전 침습적 림프절 조직검사를 받은 환자(887명)와 받지 않은 비시행 환자(3,658명)로 나눴다.
보다 정확한 수술 후 예후를 비교하기 위하여 연구팀은 수술 전 림프절 조직검사 시행 환자와 비시행 환자를 성별과 나이, 암의 크기와 진행상태, 폐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 시행 여부 이외 환자간 다른 특성의 차이가 없도록 1 대 1(각각 866명)로 맞춘 뒤 5년 생존율을 비교했다.
추가 분석 결과도 연구팀의 전제를 뒷받침했다. 수술 전 림프절 조직검사를 받은 환자 863명 가운데 수술 후 병리검사를 통해 림프절 전이(N2)가 확진된 환자는 91명으로 보고됐다.
이들 중 수술 전 림프절 조직검사에서 림프절 전이를 발견한 환자는 30명에 그쳤다. 나머지 환자는 모두 수술 전 검사에서도 확인이 어려웠던 경우다. 예기치 못한 림프절 전이가 발견된 경우에는 대부분 미세전이이기 때문에 수술 전 검사 여부가 생존율 차이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를 주도한 김홍관·김진국 교수는 “가뜩이나 걱정이 많은 폐암 환자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없을까 고민하다 진행한 연구”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영상검사에서 전이 소견이 없다면 막연히 불안을 잠재우려 수술 전 검사를 하기보단 바로 수술 또는 방사선 등 예정된 치료를 진행하는 게 환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