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어버린 김정은…미, 대북 강경 기조로 바뀔까(종합)

북 ICBM, 미 동부 워싱턴·뉴욕까지 사정권
차원이 다른 위협…미 "모든 조치 취할 것"
후순위 밀렸던 대북정책, 강경기조 바뀔까
  • 등록 2022-03-25 오전 9:04:53

    수정 2022-03-25 오전 9:04:53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단단히 뿔 났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규탄 성명을 잇따라 냈다. 일부 인사는 북한을 ‘불량국가’로 칭하면서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그동안 워싱턴 정가에서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 있었다. 바이든 정부가 다뤄야 할 나라 밖 이슈들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레드라인’을 넘으면서, 외교를 우선했던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 기조로 바뀔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하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친필 명령서. (사진=조선중앙통신)


북 ICBM, 워싱턴·뉴욕 사정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한의 이번 ICBM 시험을 강력 규탄한다”며 “이번 행동은 북한이 주민의 안녕보다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우선시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뻔뻔한 위반”이라며 “모든 나라들이 북한의 위반에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미국 본토와 한국, 일본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북한의 두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가 ICBM 시스템 시험과 관련돼 있다는 정보를 대중에 공개했고 추가 시험이 있을 것임을 밝혔는데, 실제 그대로 현실이 됐다. 북한의 ICBM 발사는 4년4개월 만이다. 특히 북한이 2018년 4월 자발적으로 핵 실험과 ICBM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이 4년여 만에 깨졌다.

ICBM은 미국 동부 워싱턴과 뉴욕까지 사정권에 있다는 점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다.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사실상 레드라인으로 경고해 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역시 성명을 내고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파기무기와 탄도미사일이 주변국과 역내 전체에 제기한 위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을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행태를 강력 규탄했다. 그는 이날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북한의 ICBM 시험 발사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두 정상은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을 전달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글렌 벤허크 미국 북부사령관은 이날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에서 “(북한 같은) 불량 국가들의 ICBM 위협에 맞서 미국을 지키는 건 절대적인 우선순위”라며 차세대 요격미사일의 조기 배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탄도미사일 방어(BMD) 능력은 불량 국가들의 제한된 탄도미사일 공격을 제압하는데 충분하다”면서도 “북한의 향상된 전략 무기 개발에 맞서려면 차세대 전투 요격기를 적시 혹은 조기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ICBM 발사에 성공한 건 북한 지도자들의 결심을 뚜렷이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외교 중심 미 대북정책 바뀔까

미국은 일단 외교의 문은 열어 뒀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잇따라 규탄 성명을 내면서도 “대화의 문은 닫히지 않았다”며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 관계자는 전했다. 아직까지는 기존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이 선을 넘을 경우 강경 기조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신형 ICBM 시험에 대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발사 현장을 찾아 직접 지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 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 없는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역시 오는 2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공개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알바니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6개국이 ICBM 발사 논의를 위해 소집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상임이사국에 속한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 관련 안보리 회의에 다소 비협조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차원이 다른 ICBM 시험인 만큼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기조는 다른 나라들과 엄연히 온도차가 있다.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가 당장 가시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 2020년 10월 10일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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