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경북 울진에서 야간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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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한 울진·삼척 산불이 피해를 키운 가장 큰 이유는 ‘양간지풍(襄杆之風)’과 함께 가뭄 등 날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양간지풍은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도 불리며, 백두대간을 넘는 바람이 산 정상부에서 압축됐다가 산을 내려올 때 위력이 크게 강해진다. 양간지풍의 위력은 소형 태풍을 능가할 정도로 바람의 세기가 강해 순식간에 산불 피해 면적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풍향도 수시로 바뀌는 탓에 산불이 어디로 번질지 예측이 어렵다. 봄철 태풍급 강풍으로 불리는 양간지풍은 가뜩이나 건조하고 가파른 지형인 동해안에서 산불 발생 시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한다.
| 4일 오후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해시까지 확산한 5일 묵호항 인근 주택가에서 화마가 덮친 한 주택이 불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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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울진·삼척 산불로 5일 오후 3시 기준 주택 159채를 포함해 216개 시설이 소실됐다. 산림 피해는 6352ha(울진·삼척 6066ha·강릉 286ha)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최대 규모로 짝수해 선거가 있는해는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는 징크스가 올해에도 재현됐다. 산불은 4일 오전 11시 17분경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해 강한 바람을 타고 번져 삼척까지 확산했다.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날 오전 1시 8분경 시작해 동해시 망상·묵호 쪽으로 이동 중이다. 이번 산불로 울진과 삼척, 강릉, 동해 등에서 거주하는 주민 6280명이 대피했다. 임시 주거시설에는 울진군과 삼척시 736명, 강릉시 41명, 동해시 291명이 대피해 있다.
|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과 최병암 산림청장(가운데)이 5일 경북 울진군 죽변면 산불현장 지휘본부에서 울진 산불 진화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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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울진·삼척 산불은 5일 오전 4∼6시경 초속 15~21.5m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피해를 키웠다. 양간지풍은 상층 대기가 불안정한 역전층이 강하게 형성될수록, 경사가 심할수록, 공기가 차가워지는 야간일수록 바람이 강해진다. 강한 바람으로 산불진화헬기의 기동을 어렵게 만든다. 양간지풍은 산불의 확산 속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도 일으킨다. 비화는 수십∼수백m로 불씨를 옮기면서 진화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 울진·삼척 산불도 강풍을 타고 최초 발화지점인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도 경계를 넘어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일대까지 확산, LNG 생산기지를 위협하기까지는 불과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인화력이 강하고 내화성이 약한 소나무 단순림도 동해안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한편 2005년 천년고찰 낙산사를 불태운 양양산불 당시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32m였으며, 산림 1757㏊를 잿더미로 만든 2019년 4월 동해안 산불도 당시 미시령의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35.6m를 기록했다.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남태헌 차장은 “최근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작은 불씨에도 대형산불로 확산할 수 있으므로 산림과 인접한 곳에서 화기 취급을 삼가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