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속내는?…"비주력 계열사는 팔아라"

[공정경제3법 대해부]①
규제 대상 기업 210→598곳으로 확대
합법적 내부거래 하면 된다는 공정위
실제론 총수일가 지분 매각 기대해
셈법 복잡해진 재계..일감 개방도 방안
  • 등록 2020-09-30 오후 1:00:00

    수정 2020-09-30 오후 1:46:31

[편집자주] 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통합 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3법이 국회에 상정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 옥죄기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측은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해 불가피한 법안이라고 반박한다. 국회에서 본격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정경제 3법 개정안의 취지와 문제점 등을 분석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다. 일감몰아주기 근절은 ‘부당한 부의 대물림은 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구현하는 주요 정책 중 하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더는 불법적인 총수일가 승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현재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현재는 총수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30%(비상장사는 20%) 이상 보유하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정상적인 거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할 경우 공정위가 조사·심의를 통해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을 할 수 있다.

공정위는 규제대상 기업을 상장사·비상장사 모두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기업으로 확대하고, 이 계열사들이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는 자회사도 포함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업은 지난 5월1일 기준 210개에서 598개로 3배가량 늘어난다.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2018년 기준
◇일감몰아주기 규제 확대 왜?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확대하는 이유는 꼼수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는 기업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2015년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자 대기업들이 지분을 규제대상에서 제외될 만큼 팔거나, 자회사를 통하는 방식으로 내부거래 구조를 바꾸는 등 규제 회피를 시도했다.

현재 규제 문턱에서 ‘살짝’ 벗어난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차그룹의 이노션(총수일가 지분: 29.99%) 현대글로비스(29.99%), SK그룹의 SK D&D 롯데그룹의 롯데쇼핑(28.67%) 롯데제과, 현대산업발의 아이콘트롤스(29.89%) 등이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들 기업 뿐 아니라 물적분할 등으로 규제기업의 자회사로 만든 다음에 간접지배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한 삼성웰스토리, 한화에너지 등이 모두 공정위 칼날의 사정권에 들게 된다.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공정위는 표면적으로 규제 대상 기업이 되더라도 합법적인 내부거래를 하면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규제망에 포섭해 투명하게 감시를 할 뿐 모든 내부거래를 문제삼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실제 공정위가 칼을 대는 일감몰아주기는 정상가격보다 웃돈을 주고 내부거래를 하면서 총수일가 회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 등이다.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을 하고, 외부 거래와 내부거래를 같은 가격에 한다면 문제시 삼지 않겠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자료: SK증권
◇“결국 총수지분 팔아라는 얘기”


하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부분은 사뭇 다르다. 일단 규제대상 기업이 들어갈 경우 공정위가 늘 감시하기 때문에 제대로 사업을 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애를 먹는 사업은 주력사업이 아닌 경우가 많아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매각해 정리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큰 4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린 정상적인 거래를 한다고 생각해도 공정위가 들어와 따지면 조사기간 동안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지분을 팔고 규제망을 회피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사실 내심 총수일가 비주력 계열사에 대해서는 지분 매각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예전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2018년 10대그룹과 간담회에서 “지배주주 일가는 가능하면 그룹의 주력회사 주식만 보유하고, 비주력·비상장 회사의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장기적으로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생각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도 한 몫한다. 공정위는 최근 한화 계열사의 한화S&C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인건비 위주로 운영되는 IT서비스 특성상 정상가격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 일감몰아주기 조사는 조사기간만 5년이 걸린 탓에 불필요한 과잉조사라는 비난과, 부실조사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여기에 공정위는 총수 지분 매각에 나선 기업에 대해 추켜세우기도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자발적 개선사례로 총수일가 지분을 매각한 SK, LG, GS, 대림, 태광 등을 언급하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변화가 이어지길 기대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브리핑 당시 신봉삼 기업집단국장(현 공정위 사무처장)은 “정부의 시책방향, 규제방향에 맞게 10대그룹을 중심으로 소유, 지배 구조 및 내부거래 문제를 선제적으로 개선했다고 평가한다”면서 “내년에는 10대 미만그룹을 중심으로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는 추세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합법적인 내부거래를 유도한다는 명분을 내걸기는 했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 압박이 결과적으로 총수일가 지분 매각에 방점을 찍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총수일가 지분매각으로 내부거래 개선 사례. (공정위, 2018 대기업집단 자발적 개선사례 발표)
총수일가 지분 매각 실제 이뤄질까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총수일가 지분이 줄어들면 그만큼 총수 일가 승계구도에 필요한 자금을 예전보다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무턱대고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을 수 있다.

공정위 말대로 합법적인 내부거래를 하면 된다. 수의계약은 최소화하고 경쟁입찰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내부 일감도 외부에 최대한 개방하는 식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방안도 있다. 공정위 역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일감 개방’ 유도로 정책방향을 조금씩 옮길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당장 지분 매각이 어렵다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일감개방 등을 통해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정위 감시망에서 멀어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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