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일본의 수출 제재까지 겹치는 최악의 대외 경영 환경 속에 연내 실적 회복은 사실상 어렵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올 들어 6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재 수급 불안이란 돌발 변수가 터져 나오며, 생산 차질까지 염려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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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실적 컨세서스(전망치)는 매출 58조 1773억원, 영업이익 7조 3445억원으로 지난 5일 발표된 2분기 잠정실적(매출 56조원·영업이익 6조5000억원)보다 각각 3.88%, 12.9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올 2분기 실적이 애플에 공급한 OLED패널이 신제품 판매 부진으로 인한 손실 보전금(약 7000억~9000억원 추산)이 포함돼 실제 영업이익은 5조원 중후반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3분기 이후 실적도 일본의 수출 제재 변수를 빼더라도 영업이익이 6조원 대 수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초 하반기엔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애플 등 주요 업체들의 고사양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하반기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은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 집중으로 수요 회복을 기대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제재 조치가 지난 4일부터 시작되면서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좀 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기존 예측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웨이퍼 투입 후 완성품 생산까지 3개월…1~2달치 재고는 무의미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은 반도체 등의 생산 공정에서 필수적인 소재들이다. 이들 품목이 제재 대상에 오른 뒤 삼성전자는 사장단과 임원을 포함한 관련 임직원들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소재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반도체 공정의 특성 때문이다. 자동차 등 일반적인 생산 공정에선 일부 소재나 부품이 부족할 경우 공장을 일시 정지하며 수급 상황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는 24시간, 365일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공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가 투입된 이후 실제 메모리 완제품으로 완성될 때까지 약 3개월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두달치 재고 등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원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공정은 완성품이 나오는데 석 달까지도 걸리고 첨단공정일수록 시간은 더 소요되기 때문에 도중에 재료가 떨어지면 중간 공정에 있는 반제품들은 다 망가지거나 추후 회복해도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며 “지금 웨이퍼를 새로 넣는다고 가정하면 가장 안전하게 생산하려면 최소 3개월 치 재고가 필요하고, 만약 한달치 밖에 없다면 재고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급이 불안해지면 오히려 최소 3개월 이상의 재고가 꼭 필요하고 그보다 적다면 생산 현장에선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