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암호화폐시장이 횡보세를 보이고 블록체인 토큰 관련 각종 사기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의회 차원에서의 규제나 입법은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즉 시장이 소음(noise)으로 가득하고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지만 이를 규제할 법이나 권위있는 기관은 없다. 아니,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기관은 존재하는데도 이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유력 종합지 중 하나인 J일보가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를 조만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투자자 혹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업계 종사자들이 알고 있듯이 이미 시중에는 블록체인 및 블록체인 토큰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디어가 여럿 있다. 블록체인 관련 미디어들의 등장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법률이 제정돼 적절한 규제가 이뤄지고 이를 관할하는 기관이 있다고 해도 미디어 혹은 언론은 필요하다. 소음과 신호를 구별한 최소한의 정보는 일반에게 공개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소위 ‘선동’ 이라 일컬어지는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언론과 이러한 언론이 소음과 신호를 구별하여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는 이처럼 전문 미디어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더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야기하는 정부 정책과 의회 입법의 부재다. 정부에서는 이 근본적인 불확실성은 시장을 안정시키는게 아니라 오히려 끝없는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지난 2017~2018 블록체인 토큰 버블이 문제가 되어서 규제 일변도라면, 사실 한국에서는 주식시장이나 파생상품 시장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블록체인 토큰 버블보다 더 심한 버블과 더 심한 변동성이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는 그의 저서 <위험, 불확실성, 그리고 이윤(Risk, Uncertainty, and Profit)>에서 불확실성(Uncertainty)은 어떤 일이 발생할지와 그 일이 발생할 확률을 모두 모르는 것이고, 위험(Risk)은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알지만 그 확률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위험까지는 감당할 수 있지만 - 동전 던지기나 주사위 던지기에 돈을 거는 행위, 도박, 혹은 상승과 하락은 알지만 그 확률을 모르는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행위 등 - 불확실성에 대한 감내는 극단적으로 회피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는 마땅히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상황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시장에 대해 극단적으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물론 한국은 이미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파생상품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으로 인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막는다는 이유로 규제를 제정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유동성을 자랑했던 파생상품 시장을 확 주저앉힌 전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라도 존재하는 것이 불확실성에 노출된 채 모든 시장 참여자를 불안에 떨게 하는 것보다는 낫다. 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은 이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