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 티켓 등을 싸게 판다고 속여 돈만 챙긴 10대가 경찰에 구속됐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19) 씨를 붙잡았다.
A씨는 지난해 7월2일부터 스마트폰 카카오 스토리에 BTS 콘서트 티켓, 온라인 게임인 ‘테일즈 런너’ 게임머니, 문화상품권 등을 판다는 글을 올려놓고 B씨(15) 등 189명으로부터 594만4500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BTS의 콘서트는 지난해 8월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예정돼 있었다.티켓의 원래 가격은 R석은 11만원, S석은 9만9000원이었다.
피해 여중생 9명은 정가보다 1만원 싸게 콘서트 티켓을 판다는 A 씨의 말을 믿고 돈을 보냈지만,티켓은 받지 못했다. 게임머니 피해자들은 1건당 피해액이 2000원에서 5만원으로 소액이어서 대부분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부터 성수기 숙박권까지’…티켓 사기꾼 기승
팬심과 기대를 악용해 ‘먹튀’ 하는 ‘티켓 사기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표를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피 튀기는 전쟁 같은 티켓팅이라고 해서 ‘피켓팅’이란 말이 생길 정도다.
온라인에서 티켓 사기로 피해를 봤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아이돌 그룹 ‘워너원(Wanna One)’의 국내외 콘서트 티켓 9장을 양도받기 위해 판매자에게 약 700만원을 입금했지만 결국 티켓을 받지 못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티켓 사기는 지난 16일 개막한 ‘2018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도 일어났다.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전 좌석이 매진됐고 미처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온라인 중고거래를 이용하다 사기를 당했다.
티켓 사기는 아이돌 공연과 야구경기 등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람이 몰리는 성수기 숙박권과 항공권 등 수요가 많은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난다. 심지어 수법도 교묘해져 사기임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양모(29) 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 하나를 봤다. 백화점 상품권을 시중보다 싸게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직원들에게 챙겨줄 추석 선물을 고민하던 터라 100만원 어치의 상품권을 사고 싶다고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선뜻 큰 액수를 송금하기가 망설였는데 판매자는 자신의 신분을 거듭 확인시켜주며 양씨를 안심시켰다고 했다.
이어 “직거래를 하려고 했는데 지방이라 택배로 보내준다고 했고 명함에 적힌 사무실 번호로 전화를 걸어 거듭 확인했는데 송금하니 연락이 끊겼다”고 덧붙였다.
규제 사각지대 ‘온라인 암표’
온라인 암표 가격은 정상가의 3~4배에 달하는 만큼 피해자의 금전적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내달 3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최하는 god콘서트 STAND B석(9만9000원)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30~40만원에 거래하고 있다.
같은달 17일에 열리는 아이유 콘서트 역시 40만원을 웃돈다. 무대와 가까운 좌석은 80만원을 넘는다. 유명 아이돌의 공연 티켓 가격은 10배 이상 뛰기도 한다. 지난 7월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 암표 가격은 500만원까지 상승했다. 13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등록한 암표만 100장이 넘었다.
이처럼 인기 있는 유명 공연 티켓, 명절 KTX 탑승권, 심지어 경복궁 야간개장 입장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온라인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린 지 오래다. 하지만 현장 암표 단속과 달리 온라인 거래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에는 경기장, 공연장 등 현장의 암표 판매만을 제재할 수 있게 돼 있다. 오프라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거래되는 온라인 암표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이다. 청와대 국민신문고에는 최근 ‘문화 예술 체육 쪽 암표 관련 법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을 정도다.
2016년 미국은 ‘온라인티켓판매법(Better Online Ticket Sales Act of 2016)’을 제정했다.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하고 온라인에서 재판매 하는 행위를 금지해 암표 거래로 발생하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 암표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미국처럼 온라인 암표 거래 자체를 법적으로 금지하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