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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며, 이 결정서에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이날 보도했다.
북한은 그동안 풍계리 핵실험장을 ‘북부 핵시험장’이라고 불러왔다. 북한은 이곳에서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등 모두 6번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했다.
풍계리는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문가들은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핵실험 이후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핵실험 장소로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설명한다.
북한 당국은 보안을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 지역의 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소개하고, 이 지역에 대한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6차례 핵실험으로 풍계리 주변은 방사성 물질로 크게 오염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백두산 지하 마그마 지대와 인접해 북한의 잦은 핵실험이 백두산 화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풍계리가 북한 핵개발과 직결된 지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외 정보당국이나 관련 매체는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 이 지역을 주시해왔다.
북한이 이와 같이 선제 핵시설 폐쇄를 선언하면서 향후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비핵화 과정에서의 합의 및 검증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북한의 발표가 “핵동결의 시작을 알린 것이라고 본다”며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고 남북·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분위기를 조성하며, 비핵화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